모든 꽃은 다 다르답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문화1길 4-3
직 업 플로리스트
입 문 2012
메 일 mori9152@naver.com
SNS @ilikeflower
운 영 미운영
#꽃집 #고양이 #노송동 #동화책
만남일_2020.10.07
에디터_1기 최아현 | 사진_빛쟁이사진관
만남
전주에는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동네가 있다. 바로 노송동이다. 잘 정돈된 길과 오래된 주택들이 각각의 모양을 갖추고 고즈넉하게 모여있다. 사람이 많이 모여 살고 있지만 요즘의 화려한 번화가와는 전혀 다르다. 그렇게 주택이 즐비한 곳에 별안간 자리하고 있는 꽃집이 있다. 바위틈을 비집고 잘 자라고 있는 풀을 보는 기분이 든다. ‘오늘 나의 꽃’이 그런 모양이다. 주택과 주택 사이에 잘 가꾼 마당이 지나가는 이의 시선을 붙잡는다.
이 공간의 주인은 최진영이다. 이렇게 저렇게 세어보면 8년 정도 꽃을 만졌다는 그는 꽃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에서 빛을 냈다. 같은 종의 꽃이어도 저마다 결국 다른 모양을 가졌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그에게 꽃 이야기를 한 아름 듣고 왔다.
사람
홀린 듯 들어가 수업을 등록한 꽃집에서 알바를 4년, 친구와 시작해 홀로 가게를 꾸리며 직접 꽃집을 운영한 것이 또 4년이다. 8년 내내 꽃을 만지는 동안 한 번도 꽃에게 질려본 적이 없다는 그는 되레 꽃에게 고맙다고 한다.
최진영이 가장 좋아하는 꽃은 장미다. 장미만 해도 수천, 수만 가지의 종류가 있다고 소개하는 그는 무척 신나 보였다.
“‘어떻게 한 번도 안 질릴 수가 있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내내 질리지 않아서 꽃이 너무 좋아요.”
최진영은 스스로를 물렁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가게를 4년 째 운영하는 동안 고비는 있었고, 그런 건 어찌저찌 늘 잘 지내왔다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도 중대한 고민을 했던 순간은 분명히 있었다.
무용을 하던 최진영은 어느 날 무대가 무서워졌다. 결국 대학에 적응하지 못하고 휴학했다. 대신 휴학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지냈다. 이런 중대한 결정을 턱턱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다 어머니 덕분이다. 무용을 오래 했더라도 다른 거 해 봐도 된다고 용기를 주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그는 운명처럼 꽃집 한 곳을 만나게 된다.
“우연히 너무나 제 취향인 꽃집을 발견했죠. 시골 같은 정취를 내는 꽃집이었어요. 홀린 듯이 들어갔는데 영화 속에 들어간 것 같았어요. 보드 한편에는 수업이 써있더라고요. 당장 등록했죠.”
솜씨
최진영은 자신이 만드는 제품 중에 가장 자신 있는 것은 꽃다발이라고 소개했다. 바구니처럼 각각 잘라 모양을 내는 것보다 한데 모아 자연스레 모양을 낼 수 있는 꽃다발을 더 좋아한다. 그에게 꽃다발을 만들 때 영감을 받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주로 그때 있는 꽃, 내가 사놓은 꽃, 방금 본 꽃. 그런 것들에서 영감을 받아요. 꽃이 그 자체로 영감이 되고, 엄청 즉흥적이에요. 아무리 같은 꽃을 사도 그 꽃이 다 다르거든요.”
지역
태어난 곳은 서울이지만 어릴 때 전주로 이사 왔다. 평화동, 서신동, 아중리로 이사를 다니며 자랐다. 어릴 때는 학교를 다니느라 바빴고, 성인이 되어 실컷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을 때는 또 서울로 학교를 다녀 전주에 대한 기억이 몇 없다. 그래도 그녀가 꼽는 전주의 기억이 한 가지 있다.
“‘김밥 이야기’라는 분식점이 있어요. 거기는 사장님도 그대로 계시고 사장님이 저를 기억하기도 해서 가끔 먹으러 가요. 아마 전주 사람이라면 거기에 추억 없기가 힘들 거예요. 거기 짬뽕라면이 진짜 맛있어요.”
인사
최진영의 목표는 간단하다. 자신이 꽃을 좋아하는 마음마저 사람들에게 꽃과 함께 전달되길 바란다. 자신이나 자신의 꽃집보다는 꽃이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이곳에 오신 분들이 ‘꽃이 있어 참 좋다’라는 말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꽃을 보면 정말 행복해요. 다들 꽃이라는 게 좋다, 또 사야지. 이런 생각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작권자 © 프롬히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