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밀리미터도 쉬이 넘길 수 없어요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4길 17

윤우부띠끄  김지원


직 업   의상디자이너

입 문   1976

운 영   문의 후 방문 / 063-286-6803

#여성복 #수다방 #수제복 #영광에서전주까지

만남일_2021.04.21 | 에디터_소민정 | 사진_최정남

만남


옷을 ‘짓는다’고 한다. 쌀을 물에 불리고 불에 앉혀서 오랫동안 뜸을 들여 밥을 ‘짓는’ 것처럼 옷을 만드는 일에도 기술과 노력,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성복도 모자라, 패스트 패션업이 넘쳐나는 이때, 45년 동안 여성 옷을 ‘짓는’ 양장사가 있다. 웨딩업체가 즐비해 있어 ‘웨리단길’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전주 구도심에서 30년째 ‘윤우부띠끄’를 운영하는 김지원 사장님을 만나고 왔다.


사람


옷을 해서 입고 예식장을 갔다든지, 돌잔치를 갔다든지, 동창 모임에 갔는데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화해서 기뻐할 때 그때 가장 보람돼요. 정말 감사하다고. 그런 손님들이 많아요. 그런 손님이 있었기에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물림하는 모녀도 많아요. 엄마가 다니는데 딸이 이어서 다니는 경우도 있고. 엄마 입으라고 선물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딸한테 해주는 경우도 있어요. 제 입장에서는 엄청 귀찮죠. 그래도 디자인이 구태하지 않으니까 입으려고 하는구나 싶어요. ‘내가 앞서서 일을 했구나!’ 그걸 느껴요. 그런 성취감 때문에 고쳐주기도 해요. 가끔 있는 일이기도 하니까.


내가 하는 일이니까 나이 먹어도 깔끔하게 잘해야 하겠다 싶어요. 옷을 다 만들고 나서 마지막에 이름 태그를 붙여서 나오면 손님한테 납품했을 때 손님께 충족이 돼야 하잖아요.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 그래서 항상 떨리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웃음)


솜씨


모든 사람이 체형이 다르잖아요. 내가 편하게 하자고 원형 하나 떠서 패턴을 키우고 줄여서 옷을 만드는 분들이 있어요. 아마 70~80%가 그럴 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안 해요. 그 손님 체형의 특징을 봐가며, 일일이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패턴을 떠요. 1밀리미터 눈금 하나 갖고 다투기도 해서 이렇게 하면 안 되지, 다시 뜨고 다시 뜨고. 돈을 떠나서 이 옷에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데 이 사람은 과연 알까 그런 생각도 해요.


요즘은 새벽 6시 30분까지 도착하고, 겨울에는 아침 8시까지 도착해요. 그전에는 밤 10시, 11시에 퇴근했는데 지금은 7시면 직원들하고 문 닫고 들어가요. 옛날에는 새벽 4시까지 했어요. 일요일도 없이. 워낙 일감이 많으니까. 오후 4시만 되면 내가 셔터를 내리고 옥상에 숨어 있었어요. 일감이 쏟아졌는데 내가 일을 맡으려고 애를 쓴 게 아냐. 그때는 마이카라 하나에 와이셔츠 하나면 최고여. 그러니까 매일 마이 하나만 해달라고 사람들이 오니까 매일 20벌을 만들었어요. 밤에는 잠을 잘 수가 없어. 지금도 일요일 없이 해요. 주변에서 제게 철인이냐고 그래요.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하려고 그래요. 이제는 일할 날이 많이 안 남았죠. 오후 2시만 돼도 다리가 아파서 못 서 있겠더라고. 

지역


원래 고향은 전남 영광이었고 광주에서 기술을 배웠죠. 여기서 30년, 그전에는 고창에서 15년, 총 45년을 했죠. 23세에 고창에서 개업해서 지금 68세예요. 광주는 하도 데모를 많이 했고. 88년 정도. 90년도에 온 것 같아요. 그래도 전주가 편안한 동네라고 여기서 자리 잡는 게 좋겠다고 해서 왔어요. 그때는 중앙동이 전주에서 제일 번화가였어요. 그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많이 달랐죠. 전부 다 맞춤이었어요. 당시에 너무 피곤해서 돈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벌었어요. 초창기에는 직장인들, 군청 직원, 학교 선생님들이 진안, 익산 등에서 많이 왔죠. 지금은 백화점 생기고, 도청이 이전하고 엄청나게 타격이 생겼어요. 롯데 백화점 생기고 나서는 매출이 3분의 1로 떨어졌어요. 점점 떨어져서 10분의 1도 안되고 지금은 놀면서 하는 거죠. 


요즘 찾는 분들은 단골들이 꾸준히 찾아오세요. 세어보진 않았지만 상당히 있어요. 우리는 외지에서 많이 오세요. 5년 전부터 서울에서 많이 오고 계시고, 요즘은 대전, 논산, 광주에서 오시더라고요. 단골들이 옷을 입고 가서 예쁘니까 따라서 다시 오시는 거예요. 



인사


“이 나이 되면 다들 퇴직하고 뭐 하고 살지 고민하는데 제 직업엔 정년이란 것도 따로 없어서 참 좋아요. 공무원 연금이 부럽지 않아요. 호호. 그냥 계속 이 일만 하고 싶어요.” 


그 길이 절대 순탄하지 않았을진대, 인터뷰 내내 환하게 웃음 지으신 김지원 사장님. 가게 안에 수북이 쌓인 옷감들이 완성복으로 탄생하기까지 오래도록 그 자리에서 수제양장의 매력을 전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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