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 |
전북 부안군 진서면 청자로 1076
직 업 카페 (2대)
SITE zzinbbang.kr/
운 영 10:00-18:00 연중무휴
1899-9504
#생크림찐빵 #아버지 #부안청년
만남일_2021.04.23
에디터_설지희 | 사진_최정남
부안 청년들이 꿈꿀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전북 부안군 진서면 청자로 1076
직 업 청년 경영인
입 문 2013
운 영 10:00-18:00 연중무휴 / 1899-9504
#생크림찐빵 #아버지 #부안청년
만남일_2021.04.23 | 에디터_설지희 | 사진_최정남
만남
2020년 3월, 코로나 시기로 집안에만 있던 와중에 너무나 바다가 보고 싶어 급히 부안으로 차를 몰았다. 초행길이라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던 중 나온 슬지제빵소. 테이크아웃만 하고 얼른 나왔으나, 부안 한가운데 자리한 슬지제빵소는 2대째 이어지는 스토리와 찐빵의 맛, 공간의 멋까지 모두 갖춘 곳이었다.
슬지제빵소 김슬지 대표. 그는 전주 사회혁신전주에서 진행한 ‘사회혁신 한마당'에서 강연자로 뵈었다. 슬지제빵소의 대표님이 온다는 소식에 꼭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객석에서 이야기를 쭉 듣던 나는 대표님께 매료되었다.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던 차에 드디어 김슬지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다.
사람
저는 2대째 ‘슬지제빵소’를 운영하는 김슬지입니다. 슬지제빵소는 부안 지역에서 나는 팥이나 밀, 소금 등 원산물을 가공하여 찐빵, 앙금, 음료로 개발하고 카페나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6차산업, 농촌 융복합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있어서 남들보다는 조금 늦은 25살에 다시 서울의 대학교로 입학했죠. 대학 생활은 잘 지냈어요. 늦게 대학을 가니까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학회장도 했어요. 3, 4학년 때는 직장 다니면서 학업을 병행했죠. 투잡 같은 느낌이었어요. 내가 원하는 이상향이 있는데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학력이나 자격증이 더 필요하니까 계속 학교, 학원에 다녔던 것 같아요. 가족끼리 어디 외식하거나 여행 간 기억도 거의 없죠. 그 시간에 돈 한 푼 더 벌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렇게 살았던 거 같아요.
솜씨
아버지와는 계속 사업에 대한 의견이 부딪혔어요. 그러다 ‘어차피 나는 부안에 살아야 할 거 같은데, 그러면 내가 아버지와 부딪히지 않고 스스로 이 찐빵집을 일궈 나가자. 아버지와의 접촉은 최대한 피하고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자’해서 창업대학원을 갔어요. 그때는 지원사업이 뭔지, 사업계획서는 어떻게 쓰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스스로 마케팅 교육도 다니고, 계획서 작성하는 수업도 들었죠. 지원사업에 떨어져 보기도 하고, 붙어보기도 하고. 온라인 스토어를 만들어서 주문도 받아보고 하면서 이 길을 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제가 스스로 하고 싶은 분야의 일을 운영하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더라고요.
슬지제빵소는 2017년 7월에 가오픈했어요. 돈 끌어오고, 건물 짓고, 제품개발 하고, 기계 다루는 거 다 배우고. 그렇게 저희 세 자매가 일궈낸 거죠. 제품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기호에 맞는 빵을 만드는 거예요. 처음에는 ‘나도 찐빵을 안 사 먹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찐빵을 사 먹겠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다면 나도 먹고, 내 친구도 먹을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이 먹는 빵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실패를 거듭해서 만들어진 게 생크림이랑 크림치즈 찐빵이었어요. 그런데 생크림 찐빵이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죠. 좋은 재료를 쓰고 정성이 들어갔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만, 드시는 분들이 맛있으면 구매하시더라고요.
저는 다 국산 재료를 써요. 수입으로 하면 원가가 낮아지지만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서 모두 국산 재료를 고집하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3,500원에 내놨을 때 사람들이 먹을까? 젊은 사람들이 찐빵을 먹으러 올까? 이걸 사 먹을까?’ 하는 고민이 제일 컸죠.
지역
저희 어릴 적 부안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피자, 치킨집이나 노래방, 오락실 정도였어요. 부안에서는 어떤 꿈을 꿔도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없었어요. 몇몇 분들은 이제 성공하지 않았냐고 말씀하세요. 하지만 우리 가족들이 정말 정말 힘들게 일군 거고, 지금도 여전히 힘든 건 마찬가지예요. 이제 시작하고 어렵게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중이에요. 그러다 너무 힘들고 하기 싫을 때가 있지만, 뭔가 끓어오르는 열정이 있어요. 부안에서 슬지제빵소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면서요.
저희 세 자매처럼 부안 청년들에게 부안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부안을 좋아했으면 좋겠고,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살기 좋은 곳이 되어야 함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청년들이 슬지제빵소를 보고 꿈꿀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 부안이란 지역은 저에게 굉장히 소중하고, 성장의 기회이기도 해요. 애증이기도 하고요. (웃음)
인사
김슬지 대표의 삶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었다. 어두웠던 과거를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 아픔을 목도할 수 있는 단단함. 요즘에는 힘들더라도 매일 ‘할 수 있다’를 되뇌며 산다는 그의 말에 짐작할 수 없는 고난이 느껴졌다.
20대 중반, 자신의 이야기와 학문을 전하는 교수가 되고 싶었던 김슬지. 그는 자신만의 교수법으로 이미 부안 청년들에게 가르침과 가능성을 전하는 듯했다. 더불어 인터뷰 중 자신의 딸을 연신 촬영하던 김갑철 대표님과 그의 가족 모두에게 한 명의 팬으로써 그동안 뚝심 있게 버티고 버텨준 것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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