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풍남문

벼락맞은 감태나무를 수없이 사포질하죠

솟대장이 김종오


직 업   솟대장이

입 문   2015

운 영   문의 후 방문 / 010-3711-5623



#풍남문 #모악산 #감태나무

만남일_2019.04.07

에디터_설지희 | 사진_빛쟁이사진관

벼락맞은 감태나무를

수없이 사포질하죠


솟대장이  김종오


직 업   솟대장이

입 문   2015

운 영   문의 후 방문 / 010-3711-5623

#풍남문 #모악산 #감태나무

만남일_2019.04.07 | 에디터_설지희 | 사진_빛쟁이사진관

만남


2019년 2월 즈음, 전주에서 계속 거주할 결심을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동서학동에서 1년 넘게 거주하다 중앙동으로 이사했다. 내가 이사한 곳은 남부시장, 전주한옥마을, 전라감영을 곁에 둔 곳으로, 원도심 향내가 강한 곳이다. 솟대장이 김종오를 만난 것은 이맘때였다. 동네를 익히고자 산책하던 중 풍남문 앞에서 자리를 펴고 솟대를 직접 깎아 만들어 파는 분을 뵌 것이다.


옛 시전 장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모양새에서 굉장히 큰 매력을 느꼈다. 진짜 장인은 이런 모습이다. ‘일상의 문화유산’이란 이렇게 사람이 오가는 길에서 자연히 스며있는 것이다. ‘내가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면, 이분과 함께해야겠다.’ 나는 결심하였다.


사람


49년생이고 둘째로 태어났어요. 원체 건강하게 태어나서 감기도 거의 안 걸리고 자랐죠. 시대가 시대인지라 거친 일도 많이 하고, 힘들게 살았어요. 몸이 건강하니까 주로 몸 쓰는 일 하면서 삶을 일궜죠. 지금은 자식들 다 잘 지내고 그래요. 돌이켜보면 저는 그냥 손으로 만들며 노는 걸 좋아했던 거 같아요.


원래 다른 일을 했어요. 몸 쓰는 일도 하고, 봉사도 하고 그랬죠. 나이 먹으니까 그만두게 됐어요. 허리 수술도 두 번이나 했거든. 몇 년 전부터 작게 밭농사만 지었어요. 처음 솟대 만드는 일을 시작한 계기는 밭농사만 짓기 좀 그러니깐 기름값이나 벌어보자고 솟대 만드는 일을 시작한 거예요. 지금은 솟대를 만드는 일 자체가 즐거워요.


솜씨


예전부터 이것저것 만들거나 매만지는 것을 좋아했어요. 난초를 다루기도 하고, 수석을 모으기도 했죠. 수석을 보기 좋게 두려면 나무 받침대가 있어야 하니까 그런 걸 직접 다 만들었어요.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나무 종류도 배우고, 받침대 만드는 법도 익히고 그랬어요. 


솟대의 주재료는 벼락 맞은 감태나무예요. 나무가 벼락을 맞으면 일단 좋은 기운이 스며들어요. 나무를 깎고 사포질을 계속하면 속은 검고 겉은 하얀 몸통이 나오죠. 그렇지만 벼락 맞은 감태나무라고 다 쓸 수는 없어요. 무늬가 길쭉하고 넓어야 해. 상처가 깊지 않아야 그런 무늬가 나와요. 벌목은 내가 구하러 가거나 동네 사람들한테 부탁하고, 가끔 감태나무 구해서 나 쓰라고 주는 사람들도 있어요.

지역*


전주 풍남문과 GS편의점 사이에 김종오가 자리 잡는다. 그가 자리를 잡으면 지나가던 택시 운전사나 동네 어르신들이 하나둘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전주한옥마을과 남부시장 청년몰을 들리는 청춘 관광객들에게도 김종오의 공예품은 흥미를 유발한다. 그렇게 솟대를 깎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관광객들의 질문에 답하다가, 편의점에서 커피 한 잔을 사서 숨을 돌리면 어느새 해가 저문다.


김종오의 작업실은 풍남문 앞자리뿐만 아니다. 중화산동 자택이나 모악산 텃밭 비닐하우스에서 솟대 제작을 한다. 그의 동생도 김종오와 같이 솟대를 만드는데, 모악산에서 자리를 깔고 작업한다. 솟대의 외양이 비슷하여 그들의 솟대를 하나라도 구매한 이는 얼른 형제임을 알아차릴 정도이다. 그들의 솟대가 풍남문과 모악산을 잇는다.



인사


나는 실제로 솟대장이 김종오와 함께 첫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 시대에 맞는 브랜딩을 한다면 전통 공예품도 충분히 향유될 수 있다는 전제를 실험해보았다. 2019년 4월 15일부터 4월 29일까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Wadiz(와디즈)에서 ‘단 하나뿐인 장인의 선물, 전주 솟대 디퓨저’를 진행하였다. 애초에 계획했던 솟대 디퓨저 130개가 훌쩍 마감됐으며, 여기에 20개를 더해 150개로 펀딩을 마무리하였다. 썰지연구소의 첫걸음을 김종오 선생님과 함께하게 되어 참으로 감사하다.


* 솟대는 새의 형상을 긴 막대로 세운 민간신앙물이다. 오래 전부터 새는 하늘의 좋은 식을 전하는 수호신을 여겨졌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 어귀나 당산나무 옆에 솟대를 만들어 소원을 빌었다. 나의 바램이 하늘에 닿아 좋은 소식을 전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 ‘지역’ 부분은 녹취본이 아닌 조사자의 기억에 의존하여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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