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것에 마음 열기

시인  정다연


직 업   시인

입 문   2015 등단

메 일   simjung@naver.com

SNS   @nextaura

#시인 #정직함 #이질성 #심장

만남일_2021.09.20 | 에디터_2기 정인걸 | 사진_김덕원

만남


정다연 시인의 첫인상은 따뜻함보다는 차가움에 가까웠다. 그날 입고 나온 검은 옷은 그의 그런 성격을 더 드러내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의 말투는 또렷했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정직하게 내뱉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말하는 내내 상대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았다. 그 배려 속에서 나는 따뜻함을 읽어냈다. 과연 그는 배려심 넘치는 따뜻한 사람일까? 아니면 정확하고 이성적인 사람일까? 알쏭달쏭한 그의 속내가 궁금해졌다.


사람


정다연입니다. 시를 쓰고 있습니다. 시 창작에 대한 영감은 주로 전시회를 다니거나, 영화, 다큐멘터리, 문학이 아닌 책들을 읽으면서 받아요. 생물학, 식물, 동물, 역사, 미술과 같은 분야들을 두루 보고 있습니다. 


저는 밖에서는 전혀 작업을 못 하는 사람이에요. 작업도 서재에서 하죠. 그래서 집에서의 환경을 제 감각에 맞춰 민감하게 조성을 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집에서만 작업하는 것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식물을 키웠어요. 집에 식물이 생기면서 환기도 시키고 물도 주다 보니까 감각들이 다양하게 들어와요. 저는 그게 좋아요. 


제 일상의 다른 원동력은 바로 강아지와 산책하면서 바람 쐬는 거예요. 제 강아지 밤이와는 말을 직접 나눠본 적 없지만, 우린 참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저는 밤이가 보내는 신호가 어떤 사람이 싫어서인지, 배가 고파서인지, 도움을 요청하는 건지 구별할 수 있거든요. 시인이 아니었다면 강아지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잘 지내다 가도 혼자 작업하다 고립감이나 외로움이 올 땐 재미있는 것들을 혼자 해보려고 해요. 이를테면 그림이나 도자기, 언어 공부 같은 것들 말이에요. 문학에만 갇혀 있지 않으려고요. 문학 외의 세상은 넓잖아요? 그런 것을 항상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솜씨


저는 정확하게 말하는 걸 좋아해요. 그만큼 제 시는 정말 솔직한 것 같아요. 숨기는 걸 원체 잘 못 하기도 합니다. 제가 말하는 솔직함이란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선에서의 솔직함을 말한 것입니다. 그래야 뭔가 사람 사이에서도 오해가 없고, 나중에도 후회가 없더라고요. 


시를 쓸 때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거예요. 시 안에서 혐오적인 표현이 나온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 입히는 것이거든요. 개인적으로 있었던 여러 일들을 통해 일상의 폭력성에 대해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런 시기들을 지나면서 저 스스로 많이 점검하고 반성했던 것 같습니다. 타인에 대한 존중을 문학의 자율성이라는 이름 아래에 너무 훼손해왔던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시 창작 말고도 현재 유튜브를 2년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진행하는 ‘문장입니다영’이라는 채널인데요. 작가들을 예능처럼 소개해 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이 채널을 통해 독자분들께 더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도서관에 소속된 상주 작가 활동과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시청자 강의나 어린이들 대상으로 시를 쓰는 프로그램도 하고 있거든요. 아이들이나 성인분들 모두 시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 사람들이 시를 경험하는 방식은 주로 교과서에서 하던 것처럼 정답을 맞히는 방식인 것 같아요. 시를 읽고 나서 느껴지는 난해함, 이질적임을 그냥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많은 분이 ‘시와 좀 다양한 방식으로 놀아볼까?’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지역


어렸을 때는 수원 천천동에서 살았어요. 특히 가족과의 추억이 많습니다. 정말 추운 날에 아버지와 팔달산 등산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제 차가운 발을 아버지께서 품에 녹여 주시면서 산에 오르셨었어요. 친구와의 기억도 있어요. 당시에 그 친구가 저에게 글 쓰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었거든요. 그 공간에 친구와 함께 찾아가서 글을 배웠죠. 천천동에는 좋은 도서관이 가까이 있어서 책도 많이 읽었어요. 그 주위에는 팔달산과 냇가가 있고요. 그런 지점이 지금 사는 은평구와 조금 오버랩 돼요.


지금은 은평구에 살고 있습니다. 1년 전쯤 제가 이사 갈 집이 필요했어요. 밤이를 키우다 보니까 산책로가 있는지에 대해 주의 깊게 보게 되더라고요. 지금 사는 곳 주위에 불광천이라는 엄청 아름다운 하천과 백년산이라는 산도 있거든요. 밤이와 같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쪽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인사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잠시 멈춰 서서 조금 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어떤 여백 같은 것들을 계속 마련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처 주지 않는 정직함이 무례하지 않기는 참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려다 상대가 상처받아 버린 경험은 누구나 한 번씩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정다연 시인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이질적인 감각을 계속 받아들이며 자신의 마음을 끊임없이 넓혀간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독자들과 나눈다. 그 노력의 결과가 배려 깃든 정직함 아니었을까? 앞으로도 그의 시집 곳곳에 드러날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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