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인물탐색, 은혜쌍화탕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63

은혜쌍화탕  이미화


직 업   쌍화탕 가게 사장님

입 문   2002

운 영   문의 후 방문 / 063-288-5772

출처_도심살림 Vol.03 일부 발췌·작성 | 에디터_박은

전주 남부시장 순댓국 골목을 지나 코너를 돌면 18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은혜쌍화탕’을 만날 수 있다. 10여평 남짓한 작은 가게 안에는 시장의 희노애락을 묵묵히 지켜본 이미화 사장님이 있다. 매일 새벽 6시에 가게 불을 밝히는 이미화 사장님은 한없이 푸근한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한다. 외관상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휴게소지만, 손님들은 이곳에서 지친 마음을 위로받기도 한다. 2000원 쌍화탕에 담긴 온기와 주인장의 살가운 인사가 힘겨웠던 마음에 따뜻한 훈기를 불어 넣어준다. 쌀쌀한 12월의 어느 날, ‘은혜쌍화탕’ 사장님을 만나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장사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진안에서 태어나서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전주로 온 지 25년쯤 됐어요. 전주로 오게 된 이유도 남부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모두 어머니 때문이에요. 어머니가 시장에서 이불 수공을 하고 계셔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커피집을 시작하게 됐고, 그렇게 18년째 문을 열고 있어요. 사실 이렇게 자리를 잡는 게 쉽지 않았어요.

시장 변두리에 있는 작은 찻집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옆에 있던 현대옥 콩나물 국밥집 덕분이었어요. 이 장사가 ‘겨우살이’ 같은 장사라고 할 수 있어요. 겨우살이는 나무에 기생해서는 살 수 있는데, 혼자서는 못사는 식물이잖아요. 저도 현대옥에서 관광객들이 식사를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커피를 마시러 오셨어요. 그렇게 5년 정도 현대옥 손님들이 냉커피, 냉식혜를 마시러 오셨죠.


간판도 그렇고, 지금은 ‘쌍화탕’을 찾는 손님이 더 많은 것 같은데 당시에는 냉커피나 냉식혜를 찾는 손님이 더 많았나요?


전주는 주당들이 많잖아요. 그때는 속풀이 할 수 있는 시원한 음료로 승부를 보려고 했죠. 그래서 일부러 ‘냉’자도 강하게 어필하려고 빨간색으로 썼잖아요. (웃음)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시장에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가 들어와서 팔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메리카노랑 경쟁하려면 맥심커피로는 안되겠다’ 이렇게 말이죠. 그래서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음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만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구나 싶었거든요. 그렇게 선택하게 된 게 ‘쌍화탕’이에요. 처음 쌍화탕 끓일 때는 왜 쌍화탕을 끓이는 거냐고 묻는 손님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쌍화탕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죠. 10년 이상 저를 믿고 이 쌍화탕을 먹으러 오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이곳에 살림을 꾸린지 18년이다. 살림을 꾸리면서 사장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손님이죠. 왜냐면 장소가 매우 협소하고, 가게 외관을 신경 쓰는 편도 아니어서 차라리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료를 드리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어요. 그래서 찻값도 올리지 않게 됐죠. 솔직히 이곳에서 장사하는 동안 월세도 오르고, 재료값도 많이 올랐어요. 그럼에도 가격과 맛은 변함없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그런 마음을 손님들도 아시기 때문에 꾸준히 찾아주시는 것 같구요.


이곳에서 시장이 변해가는 모습을 다 보셨을 텐데, 주변 환경이 변하는 과정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시장에서 인간미가 묻어났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자기 생각만 하는 것 같아요. 그전에는 시장에 커피집이라곤 우리집 포함해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문어발식으로 이것저것 장사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이곳에 있다 보니까 욕심들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언제부턴가 한옥마을과 연계한 관광상품이 되다 보니 그릇가게에서 커피, 아이스크림, 물, 양말까지 잡화상처럼 이것저것 파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게 참 안타까워요. 장사를 오래 하는 사람은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루살이처럼 사는 게 아니고, 내 자리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오늘 안 오면 내일은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넘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가게 혹은 어떤 동네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가게는 불 끄면 끝나요. 그러나 제가 불을 켜고 있는 동안에는 어떤 사람이든 마음 따뜻하고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제 사람들이 시장을 찾지 않지만, 그럼에도 저는 건강이 허락한다면 계속 이곳에서 장사하고 싶어요. 특별하게 기억되기보다는 그냥 건강하게 마지막까지 이곳에서 손님들에게 쌍화탕 드리고 싶어요.

 

건강이 허락한다면 10년 후에도 쌍화탕을 손수 만들어 손님들과 함께 지내고 싶다던 소망을 전하던 이미화 대표는 변해버린 시간에 우두커니 멈춰있지도, 쏜살같은 시간에 쫓겨 자신만의 철학을 잃어버리지도 않은 듯 보였다. 수더분한 말투 속에서 느껴지던 시장에 대한 애정과 손님들에 대한 사랑이 넘치던 ‘은혜쌍화탕’을 나오면서, 어쩐지 수일 내 다시 이곳에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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