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인물탐색, 권시계점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124

권시계점  권혁철


직 업   시계점 사장님

입 문   1990

운 영   문의 후 방문 / 063-282-8485

출처_도심살림 Vol.01 일부 발췌·작성 | 에디터_문주현

권 대표에게 ‘성장’을 물었다. 한 시대를 견뎌 온 이에게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꼭 묻고 싶었다. 이미 시대를 겪어온 권 대표는 “지금까지 성장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고 웃으며 답했다.

 

“90년 3월에 개업을 했으니, 이제 30년 되었네요.” 전주 원도심, 남부시장과 차이나타운을 잇는 풍남문2길 중간에 위치한 작은 시계점포, <권시계점>. 시계 수리 경력만 45년, 권혁철 대표는 오래된 손목시계 하나를 고치며 말했다.

 

“한때는 노점상들도 많이 있던 거리였지요.” 남부시장에서 이곳을 지나는 시내버스가 하루에 수십 번을 오가지만 사람이 많다고 할 수 없는 거리.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번영을 기억하는 가게는 몇 되지 않는다. 반복되는 경제 위기에 먼저 변화를 감지하는 이들은 상인이다. 노점이 사라졌다는 것은 그 거리를 번화하게 만들었던 사람들이 줄었다는 것. 그 변화에 많은 상인들이 떠났다. 사람이 떠나간 자리, 그래도 그 거리를 지키는 건 이렇게 오랜 시간을 견뎌온 <권시계점>과 같은 작은 점포다. 또박또박, 한 글자씩 써 내려 간 듯한 한글 간판도 <권시계점>의 시간을 말해준다.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해도 이제 나이도 먹었고 (장사가 안되면) 안되는 대로사는 법을 익혀 이렇게 살아가는 중이죠.” 애써 이렇게 말하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자녀를 키우고 잘 살아왔다. 권 대표는 ‘잘 버텼다’고 표현했다.

“시계 하나 들고 전당포에 가면 잡혀주던 시절도 있었죠. 패션 시계라고 해서 많이들 시계를 찾기도 했지만 지금은 명품 시계 말고는 값어치가 없다고 봐야죠.” 동네마다 하나 이상은 있었던 시계점. 그 점포들이 사라졌다고 해서 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저는 무엇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에요. 남이 만든 것, 작동이 안 되는 것을 되게 해주는 것 뿐이죠.”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 그에게 시계는 우주를 이해하는 것과 같다. 창조자가 아니기에 어쩌면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지구의 자전과 공전, 달의 공전을 토대로 음력과 양력이라는 기준이 생기고 달력이 만들어진 것처럼 배열된 시간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시계 수리공’이다.

 

“하나의 시계 속이 우주와 똑같아요. 매력 있지요. 물론 처음에는 그 매력보다 할 일이 없어서였지만 말이죠.”

 

1970년대를 청춘으로 보낸 많은 이들은 여러 이유로 기술을 배웠다. 당시에는 시계 수리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도 많았다. 지금은 전주에서 시계를 고치는 사람들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가 되었다. 원도심에서도 <권시계점>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권 대표가 지금까지 이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철학을 마음속에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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