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마주하는 또 하나의 방법,
'컬러'를 대면하다
직 업 일러스트레이터
입 문 2018
메 일 111jbhan@gmail.com
SNS @jbhan_illust
운 영 문의 후 방문 / 010-6307-4203
#컬러풀 #여성인권 #여성철학
만남일_2021.11.20 | 에디터_2기 김나은 | 사진_김덕원
만남
처음 제이비 한 작가를 접하게 된 건 네이버 디자인, ‘쏠트-호’ 메일을 통해서였다.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그림체와 화려한 색감은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제이비 한은 열정적으로 일하는 여성의 모습을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보면서, 모든 장면을 따스하게 그림으로 풀어낸다. 그의 그림에 몰입할수록 행복이라는 단어가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 같다. 작품을 강렬하고 따스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내면은 사뭇 단단했다. 동시에 강인하면서 주체적인 여성의 삶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제이비 한의 세계관과 작품관을 만나보자.
사람
일러스트 작가 제이비한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 관련 상도 많이 받았고, 어른들이 워낙 그림을 잘 그린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계속 그림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입시 준비를 하다가, 시각디자인학과에 진학했고, 대학교 진학 후 많은 것들을 접하면서 저만의 세계관이나 작업관을 차곡차곡 정립하게 되었어요. 특히 저는 색감이 사람에게 주는 심리적인 영향에 관심이 많았어요.
일할 때 매일 생각하는 게 있어요. ‘나는 세상에 없는 그림을 그릴 거야.’ 이런 문장을 늘 상기시켜요. 그림에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녹여내고 싶어요. 계속 똑같은 그림, 똑같은 사람만 그리는 게 아니라 딱 봤을 때 이 사람이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어딘가 존재할 것 같은, 그런 친근감 있는 그림이요. 제 그림을 봤을 때 그 사람의 삶이 녹아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다양한 스토리가 있는 그림을 그리자고 다짐해요. 이 부분은 늘 상기시켜요.
예술은 철학하고 연관이 있잖아요. 철학은 ‘사유한다’라는 뜻이고, 그래서 스스로 생각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가치관은 친오빠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혼자 생각하고 네 주관을 표현할 줄 아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했죠. 그런 관점으로 계속 공부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야겠다고 어느 순간 스스로 결정하게 된 것 같아요. 누가 ‘이렇게 해볼래?’ 이런 거 없이요.
솜씨
회사생활을 하면서 일러스트 작업과 관련된 직무를 희망했지만, 그래픽 디자인이나 출판물 편집 디자인 관련 업무를 더 많이 주더라고요.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마음 한쪽에는 일러스트에 대한 열정이나 갈망이 늘 있었어요. 그때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죠. “1년 동안 그림을 그리고, 수입이 없거나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디자인 쪽으로 취직할게.” 부모님에게 이렇게 말씀드리고 계속 그림을 그렸죠. ‘죽어도 이걸 해야 해’라는 생각이 엄청 강했어요. 처음 느껴본 열정이었어요. 회사생활을 할 때는 없던 열정이 일러스트를 그리며 생겼던 거죠.
작년부터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와 함께 작업한 결과물을 꾸준히 올리기 시작했는데, 여러 기업에서 협업 제안을 주시더라고요. 제 작품이나 컬러 등을 고객에게 반영하는 작업이 너무 뿌듯하고 감사해요. 인상 깊었던 작업 중 하나는 지난 4월, ‘서울로 미디어 캠퍼스’를 서울시청에서 먼저 협업 제안을 받았던 일이에요. 제가 그림을 그려드리면 영상에 모션을 넣어서 스크린상영을 하는 거였어요. 저에게는 너무 의미 깊은 일이었어요. 제 작품은 주로 책자 안에, 소설이나 동화책으로 들어갔거든요. 근데 그림이 엄청나게 커진 데다가 움직임이 들어간 건 처음이어서 최근에 한 작업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 그림이 밝고 활기차다 보니, 어린이 동화 출판사에서 많은 제안과 협업이 오고 있고, 패키지 제작, 브랜딩, 전체적인 인테리어부터 로고, BI, CI 작업까지도 진행하고 있어요. 내년에 공개되는 색다른 프로젝트도 있고요. 다방면에서 많이 찾아주시니 더 능률이 오르기도 해요.
지역
어릴 적부터 광명에서 15년 이상 살아왔고, 안양천 주변에서 오빠와 많이 놀았어요. 부모님께서는 동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을 많이 접하게 해주셨어요. 동화책 보면 행복하잖아요. 그걸 보면서 위로를 받았어요. 제가 동화책을 보고 행복했고, 위로를 받았기 때문에 제 그림에도 그런 마음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내 그림 봤을 때도 행복했으면 좋겠고, 타인이 내 그림을 봤을 때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제 학창 시절은 우울하고 힘든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괜찮아요.
성인 무렵 즈음, 친오빠가 직업관이나 삶의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줬어요. 오빠는 저에게 늘 하고 싶은 대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어요. 여성철학책도 많이 소개해줬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철학, 여성학 관련 독서를 많이 하게 되었죠. 저는 여성철학과 여성학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책에서 여성의 자주성이라는 개념을 설명한 적이 있거든요. 자주적으로 살아야 하고, 성별의 억압을 받지 않고 너 자신으로서 사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오빠에게 듣고, 또 책에서 배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저를 쉽게 규정짓고 생각의 틀 안에 가두는 걸 싫어해요. 그렇게 느끼는 걸 사람들에게 말하면 놀라더라고요. ‘네가 밝은 그림 그릴 줄 몰랐어’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어둡거나 사색하는 그림만 그릴 줄 알았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저는 행복하고 밝은 감성을 녹인 작업을 좋아하거든요.
인사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각각의 삶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시대. 혼란스럽고 부조리한 사회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이 자기만의 행복을 찾는 모습에서 작품에 대한 영감을 받는다는 제이비 한. 그녀의 그림은 유독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찬란하고 밝다. 그녀의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모든 이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을 함께 느낄 테다. 행복을 심어주는 일러스트레이터, 제이비 한의 5년 후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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