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
처음에 명인 분들 프로필 사진 찍는 데 필요한 소품을 부탁 받았어요. 운영감독님이 계절감이 느껴지는 꽃다발이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걸 계기로 전주비빔밥축제 특별전을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축제를 준비하던 시기가 여름이고, 축제 시기가 가을이었어요. 특별전 큐레이터님께서 전시 내부에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감이 명확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여름 느낌을 내는 거는 간단했어요. 자작나무를 배치하고 타고 올라가는 넝쿨을 표현하니까 재미있었어요. 여름을 표현하기 위해 참고한 레퍼런스는 연세대학교 넝쿨로 뒤덮인 건물이에요. 아이비를 메인으로 가는 걸로 결정했어요.
가을은 포근한 느낌이 들면 좋겠어서 갈대로 정했죠. 그리고 제가 일을 좀 키웠죠. 원래 한 섹션만 딱 하는 거였는데.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서 주변에 작게나마 조금조금씩 하면서 바닥도 바크로 깔고, 진짜 흙에 심어져서 난 것처럼 자연스러움을 표현했어요.
갈대 종류 중에 무게감 있는 거는 〈명인의 맛〉에 배치했고, 조금 더 포근한 느낌의 팜파스를 〈그릇의 맛〉에 집중적으로 꾸몄어요. 〈그릇의 맛〉을 포토존으로 팜파스로 확 다 들어가서 내추럴한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포토존 조명은 두 줄로 결정해서 두 가지 버전으로 사진촬영이 가능하도록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