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없이 북메우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경기 시흥시 과림동 460번지
직 업 악기장(북메우기)
운 영 문의 후 방문 / 010-3179-8586
참 여 2022 임선빈의 삶의 여정 지금, 시흥 展
2022 무형유산 특별기획 공연, 장인의 발걸음
#북메우기 #유도 #울림의탄생 #아버지
만남일_2022.03.02 | 에디터_김세인 | 사진_김덕원
만남
버스도 다니지 않는 어느 한 골목에 작업실이 있었다. 문이 열리고 보인 그의 얼굴은 장난기 가득한 그의 성격을 담고 있는 듯했다. 영화 <울림의 탄생>과 똑닮은 모습으로 평생을 북메우기에 바친 아버지의 뒤에서 묵묵히 버팀목이 되어주는 아들 임동국의 이야기를 대신 전하고자 한다.
사람
저는 1984년 1월 13일에 청주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경기도 무형유산 북메우기 임선빈 보유자예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북과 함께 생활했어요. 처음부터 북 만드는 일을 제 업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원래 꿈은 유도선수였죠. 그러다 고등학교 때 부상으로 잠시 유도를 쉬면서 아버지를 도와드린 적이 있어요. 완성된 북을 짊어지시고 쩔뚝대며 버스를 타시는 모습에 제가 자연스럽게 북일을 시작한 것 같아요.
북일을 시작하고 아버지랑 많이 부딪혔죠. 저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버지는 그렇지 않으신가봐요. 그래서 누구의 간섭 없이 개인 작품 만들 때가 가장 재밌어요. 몇 시간이 걸리든 며칠이 걸리든 저만의 작품을 만들 때, 머릿속으로만 구상했던 북이 현실화돼서 좋은 소리가 났을 때 뿌듯해요. 아버지가 아무 말 없이 헛기침하면서 뒤돌아 가실 때 ‘내가 잘 만들었구나’ 하죠.
솜씨
몇 년 전 크게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였어요. <울림의 탄생> 이정준 감독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사고로 신경이 되게 날카로웠는데 한 2주 정도 지나고 감독님한테 다시 전화가 와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그동안 다큐멘터리를 안 찍어본 것도 아니라 당시는 ‘굳이 찍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정준 감독이 작업한 작품들을 보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길 기대하고 수락했어요.
감독님들 중에 문화재 분야에 진정 관심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색다른 느낌을 받으면서도 되게 감사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같이 술도 마시고 아버지 말동무도 해주는 모습을 보고 많이 친해졌어요. 나중에는 촬영이 안 끝났으면 하는 마음에 촬영 중 여러 번 방해 공작을 펼쳤어요. 촬영이 빨리 끝나면 뭔가 섭섭하고 아쉬울 것 같더라고요.
<울림의 탄생>이 나온 지금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없을 것 같고요. 저는 계획을 세우는 편이 아니지만 아버지가 계실 때는 계속 북메우기 일을 도와드릴 것 같아요. 아버지가 평생을 해오신 일을 최대한 도와드리고, 개인 작품 몇 개 하면서 지내는 게 제 계획입니다. 그런데 국가에서 인정받은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지원이 너무 없어 앞으로도 계속 북메우기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지역
어렸을 때부터 이사를 자주 다녔어요. 아버지가 기술자시다 보니 타지역 여러 공장에서 스카우트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10년에 한 번씩은 계속 옮겨 다녔던 것 같아요. 청주에서 태어나 대구, 대전, 안산, 안양, 시흥 등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대전이에요.
대전에서 4살 때부터 7년 정도 살았는데 사건, 사고가 잦아 지금까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처마 밑에서 구렁이도 보고, 지붕에서 떨어지기도 했어요. 이 외에도 람보를 흉내 내려다 무릎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는 등 크고 작은 사건이 정말 많았죠.
지금 작업실은 시흥에 위치해 있어요. 8년 정도 작업해온 공간이라 어느 정도 자리는 잡았죠. 다만 여기가 재개발 구역으로 확정돼서 다시 이사를 해야 하는데 사실 쉽지 않죠. 마당 있고 햇빛 잘 들어오는 곳이 한정되어 있는데 시에서도 지원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계속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에요. 아버지가 편하게 노후를 준비하실 수 있도록 시흥시에서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인사
“해 뜰 날이 있겠지 하며 이 악물고 10년 이상을 버텼는데 모든 걸 다 내려놓을 수 있을 때 끝내야 하나 생각이 듭니다“
그는 무형문화재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문제를 지적하고 고민한다. 원하는 작품을 할 때는 즐겁지만 생계라는 현실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럼에도 오늘도 아버지의 길을 이어가는 그가 정답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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