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3회 선조들의 대충의 미학 발굴공모전 선정



방*연

결과물이 대충인 경우, 타인의 의견에 대강의 추리는 경우. 두 가지에 빗대어 보면 공모전의 기획의도가 전자에 가까운것 같지만, 문화유산의 재조명과 관심도를 알아내기 위한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22대 임금 정조와 다산 정약용의 관계에서 정답을 찾아낸다면 정조의 총애와 노론 벽파의 시달림 관계 속에서 정조의 니즈를 확실히 파악해, 실학이라는 학문을 집대성하는 결과를 보여준 정약용이야말로 정조의 계획의 정점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 정약용을 알아본 정조의 아이러니한 한글 글씨체가 '대충의미학' 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정조어필한글편지첩_18세기_국립한글박물관
정조어필한글편지첩_18세기_국립한글박물관
봉산탈[상좌]_광복이후_국립민속박물관
봉산탈[상좌]_광복이후_국립민속박물관
우*진

봉산탈춤에 쓰이는 이 상좌탈은 점으로 듬성듬성 찍어 나타낸 우스꽝스런 머리스타일에, 눈썹은 대충 찍 그려져 있고, 이목구비에서도 균형미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왕 공연을 할 거면 제대로 그럴듯한 탈을 만들지 왜 “나도 저 정도는 만들겠다” 싶게 만들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설명에 따르면 지나치게 인간적인, 대충 그린 듯한 탈의 모습이 마땅히 지켜야 할 질서나 법칙을 무시하는 데에서 오는 '골계미'를 담고 있어, 더 쉽게 관중들의 웃음을 유발했을 거라고 합니다. 


그 설명을 읽으니 괜히 대충 생긴 내 얼굴도, 가끔 회사에서 저지르는 지나치게 인간적인 나의 실수도 골계미로 그럴듯하게 포장이 되는 듯 합니다. 아니, 어쩌면 웃음을 선사한다는 측면에서는 섬세하고 정교한 것보다 대충 만든 듯한 골계미를 담고 있는 것들이 더 가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오늘 하루 대충의 미학이 주는 골계미를 느끼며 빵빵 터지는 하루를 보냅시다.

황*빈

하찮지만 은근 눈물서사 있는 우리 학교 마스코트

제가 다니는 학교인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전통 문화 인재 양성을 위해 문화재청에서 세운 학교로, 그 이름에 걸맞게 교내 곳곳에 다양한 문화유산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서울서 옮겨 온 우리나라 유일의 별궁인 안국동 별궁, 독일에서 날아 온 문인상, 선비의 별처 유현당.... 그 중 전통대하면 바로 생각나는 문화유산은 아마 우리 귀염둥이 사자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문에 두 마리가 나란히 서서 학생들과 방문자들을 맞는 사자상은 참 위엄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깜짝 놀랄만한 반전 매력을 하나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별 무늬 없는 앞발입니다. 다른 사자상들은 발까지 날카로운 고양이의 발톱이나 멋진 무늬를 조각해 넣어서 정의를 지키는 해태로서의 위엄을 한껏 뿜어냅니다. 그런데 우리 사자상은 그런 것 없이 그저 둥글게 깎은 돌로만 마감처리가 되어있을 뿐이니, 조상님들이 다른 부분은 멋들에지게 만들어놓고 발은 깎다가 지쳐 대충 포기하신 걸까 항상 궁금해집니다. 덕분에 사자로서 위엄을 챙기려 입을 벌리고 이빨을 드러내도 동글동글 귀여운 솜주먹만 보면 그저 플레멘 반응이 온 고양이나 건치 자랑하는 고양이로 보일 뿐입니다. 정말 하찮고 귀여워요. 그런데 이런 우리 사자상들에게는 사실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짠내나는 서사가 있습니다. 바로 이 친구들이 아픈 우리 근현대사를 직격으로 맞은 피해자들이라는 것입니다. 


본래 두 사자상은 경복궁에 있던 사자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조선 총독부 앞에서 총독부를 지키며 수치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해방이 된 후에도 계속 총독부 앞에 있다가 6.25 전쟁이 일어나자 총탄을 맞고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어린이대공원에서 찾아오는 방문객을 맞다가 2000년 한국전통문화대학교가 세워지며 학교로 이전하게 된 것입니다. 


위엄있어 보이지만 대충인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짠내도 나는 양파같은 매력이 있는 사자상이 앞으로도 우리 학교 학생들의 작고 하찮은 소망을 이루어주며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를 희망합니다!

사자상_20세기_한국전통문화대학교
사자상_20세기_한국전통문화대학교
신*희

"이게 '코끼리'인지 '코 나온 멧돼지'인지??“

저는 그림을 잘 못 그리는 미대생으로서 제 그림은 한 번 봐서는 알아챌 수 없는 알쏭달쏭한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원앙은 펭귄이나 참새가 되고, 노루는 강아지나 여우가 되기도 합니다. 


이 유물을 처음 보았을 때 사나운 멧돼지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백자상준'이라는 이름을 보고나니 '아~ 코끼리구나'했습니다. 이 유물 말고도 대부분의 상준이 자유분방하고 대충 만든 것처럼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는 알 수 없는 동질감에 상준을 볼 때마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곤 합니다. '상준'은 조선시대 왕실에서 제사 때 술을 담는 데에 사용하였던 코끼리 모양의 제기를 말한다고 합니다. 국가 제사 때 사용했다면 대충 만들었을리가 없는데 왜 이렇게 귀엽고 오동통한 형태일까 생각해 보니 코끼리는 쉽게 볼 수 없었으니 상상력에 기대어 만들어야 했고, 국가 제사에 필요한 양을 맞추기 위해서는 많이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투박하면서도 동화적으로 귀여운 모양새가 나온 것 같습니다. '백자 상준'은 진짜 코끼리처럼 늠름하거나 다른 유물처럼 만듦새가 좋지는 않지만 역사를 알고 들여다볼수록 더 귀엽고 소중한 유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매력을 알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백자상준_조선부산광역시립박물관
백자상준_조선부산광역시립박물관

이*주
김*아
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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