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의 선으로 만든 도자기에
따뜻함이 담겼으면 좋겠어요
광주광역시 남구 백서로 92-8 14동 A, B
직 업 도예가
메 일 to_dang@naver.com
SNS @marudojagi
운 영 문의 후 방문 / 062-527-7775
참 여 2022 전라감영, 읽 년 읽다 展
#먹 #잔잔함 #따뜻함 #유약 #선
만남일_2022.09.13 | 에디터_김지현 | 사진_손하원
만남
펭귄마을이라는 아기자기한 마을 골목을 따라 걸어가면 마루도자기 공방이 나온다. 이미 눈이 즐거워진 상태에서 마주한 마루도자기는 굉장히 차분하고 따뜻했다. 그의 도자기를 만지는데 차갑지 않고 이상하게 따뜻했다. 왜지? 왜 도자기가 따뜻하지? 단순히 색감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그와의 인터뷰를 시작해야겠다.
사람
저는 지금 25년째 도자 작업을 하는 김익주입니다. 저는 작업을 하다 보면 ‘도자기를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본래 성향 자체가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다 보니 도예가라는 직업이 저랑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하곤 했습니다.
흙이 주는 따뜻함 역시 좋았어요. 흙이 실제로는 차가운데 만지다 보면 마음이 뜻해지거든요. 하지만 도자에 재능이 없다 보니 남들 앞에서 작업을 하지도 못했고, 졸업 이후 부모님을 도와 다른 일을 하면서 잠시 도자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흙이 너무 만지고 싶더라고요. 흙을 만지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빚을 내서 2010년에 공방을 열게 되어 지금까지도 계속 도자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같은 방식으로 도자기를 만든다고 해도 그 사이에서 제 도자기를 찾을 수 있을 만큼 저만의 색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솜씨
공방을 차린 뒤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작업했어요. 저만의 선을 찾으려고 노력했죠. 제가 만드는 도자기는 잔잔함과 따스함을 주었으면 했거든요. 제 그릇을 보면서 사람들도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도자기에 잘 표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작업하는 ‘먹 시리즈’는 2015년 정도에 처음 시작했어요. 당시 저는 그릇을 만들 때 공장에서 찍어내듯 흠이 없도록 만들었어요. 이런 제 모습을 보곤 ‘잘하는데 사람처럼 인간 냄새 좀 풍겨라’고 하신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조금 내려놓게 되었어요.
그날 저녁부터 밤새 여러 방법으로 유약 시유를 하다가 우연치 않게 산 모양이 나오게 된 게 먹 시리즈의 시작이 되었어요. 무채색 느낌을 좋아해서 사용하는 유약들을 비슷한 톤으로 맞추고 중간에 농담을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어요. 사람들이 산이 보인다며 너무 좋아하길래 먹 시리즈가 제 시그니처가 됐죠.
먹 시리즈는 유약 시유하는 것이 힘들어요. 방법은 간단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에요. 흑유 농도를 조절해 가며 안과 겉을 계속해서 덤벙 기법으로 해야 하는 게 까다롭죠. 그래도 붓으로 그리면 붓 자국이 남고, 검정 안료를 사용하기엔 온전한 검은색이 안 나오기 때문에 정성을 들여 작업하고 있습니다.
지역
저는 전라도 광주가 고향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계속 광주에서 작업해왔어요. 한참 공방이 잘 됐을 당시는 도자 인프라 구축이 잘 되어 있는 이천으로 옮기는 방향도 생각했어요
도자가 활성화 되어 있는 곳이다 보니 많이 고민했고 실제 제의도 많이 왔었죠. 그래도 막상 공방을 옮기려니 서울에 갈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부담이 컸어요.
작업하는 장소가 저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아 공방을 옮기지 않았어요. 아무리 같은 방식으로 도자기를 만든다고 해도 그 사이에서 제 도자기를 찾을 수 있을 만큼 저만의 색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사
결국 그의 도자기를 사 들고 왔다. 따뜻한 도자기라니. 집에서 내내 두고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장 필요한 것은 앞접시였기에 앞접시로 쓸만한 그릇을 찾았다. 바닥에 늘어놓고 어떤 것을 고를지 한참을 고민했다.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우 잘 쓰고 있다. 가볍고, 어느 음식에도 어울리고, 설거지도 잘됐다. 그가 주고 싶은 따뜻함이 이런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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