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
2007년 대학원 졸업 후 조교 일을 했어요. 그때 일본 동경예술대학교의 후미오 시마다 교수님 작품을 본 적이 있었어요. 크기가 작은데 작품이 정교하고 깔끔했어요. 무게감이 압도적이었어요. 그때부터 제 작업 방식이 180도 바뀌었어요. 그 교수님을 따라 일본 유학도 갔었죠.
저는 예전에 물레의 매력이 손자국이라고 생각했어요. 달항아리도 무심하게 붙여서 마무리하는 것이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제가 지금 주로 작업하는 달항아리는 정밀하게 가공해야 하는 기물이에요. 위아래를 붙여 작업해야하기 때문에 흙량 계산부터 형태적인 계산까지 치밀하게 작업해야 하죠.
달항아리 작업을 시작하면서 저의 흔적을 지우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깨끗이 흔적을 지운 기물도 가마에 구우면 흙살 깊이 베인 흔적들이 올라오죠. 이게 진정한 물레 자국이 아닐까 생각해요. 흙만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느낌인 것 같아 달항아리에서 벗어날 수 없죠.
제 작품에는 청개구리가 등장해요. 해녀 문화 콘텐츠 지원사업을 할 때 스토리로 풀어서 작업을 했어요. 해녀는 제주도 어머니상으로 봤고, 천방지축이지만 엄마 옆에 붙어사는 청개구리는 자식을 의미해요. 청개구리가 내 자화상 같은 모습이지만 사실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해요. 결국 청개구리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후회'죠.
요즘은 달항아리의 미니멀리즘에 빠졌어요. 달항아리가 다 똑같이 보이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매력이 있어요. 달항아리를 작업하다 보면 새로운 영감이 막 떠오르죠. 그래서 특별하게 작업할 것이 없을 땐 달항아리 만들면서 놀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