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쉼터 같은
책방이면 좋겠어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로 374
직 업 책방지기
입 문 2018
메 일 jejuwindybooks@gmail.com
SNS @jeju.windybooks
운 영 화-토 12:00-18:00 / 064-792-2830
참 여 2022 전라감영, 읽 년 읽다 展
#서울부부 #제주귀촌 #동네책방 #쉼터
만남일_2022.09.23 | 에디터_설지희, 김지현 | 사진_손하원
만남
비즈니스 멘토님으로 실버임팩트 황교진 대표님을 만났었다. 팀 멘토링을 했을 때는 몰랐는데 1:1 대화 중 매거진 이야기가 나왔다. 과거 편집장이었던 황교진 대표님과의 대화는 편안했다. “제주도에 가 볼 만한 책방이 있을까요?” 내가 물었다. 그는 자신이 제주도 갈 때마다 들리는 책방이 있다며 자신 있게 책방 ‘어떤바람’을 추천했다. 서귀포시 사계리에 있는 작지만 온전히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곳이라고 이야기했다.
사람
[김세희]
저는 남편과 함께 제주도에서 책방 ‘어떤바람’을 운영 중인 김세희입니다. 남편 따라 제주도에 내려왔어요.
책방 어떤바람을 운영하기 전에는 상담심리사로 근무했어요. 사람들이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데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누가 고쳐주지’하는 생각에 심리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어요. 한 사람의 어려움을 함께 짊어진다는 상담의 직업적 만족감도 있지만, 조금 더 나아가서 그들의 환경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용관]
저 역시도 책방과는 관련 없는 화학을 전공했습니다. 물리화학, 생화학, 유기화학 등 여러 화학 분야가 있는데요. 그중에서는 저는 분석화학을 했어요. 대학 졸업 후에 제일제당에서 식품분석일을 했어요.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근무 환경과 업무가 바뀔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이더라고요.
하루는 장모님이 제가 너무 힘들어 보였는지 아이들을 봐줄 테니 아내와 쉬다 오라고 하셨죠. 아내와 함께 떠난 제주도에서 마음의 평화를 느꼈어요. 탁 트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마을 길도 지나고 감자밭 사이도 지나면서 제주도에 아름다움을 만끽했어요.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다시 돌아왔어요. 그 이후로 퇴근하면 제주도 부동산을 찾으며 제주살이에 대한 꿈을 키워오다 그다음 해 제주도에 건물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솜씨
[김세희]
남편의 육아휴직 후 저희 가족은 제주도로 내려갔어요. 제주도라는 곳에서 새롭게 경제활동을 해야 해서 걱정이 많은 상태로 내려오게 되었죠. 하루는 더위를 피하러 도서관을 찾아봤어요. 찾아보니 도서관은 커녕 서점도 없더라고요. 그나마 있는 서점은 주로 문제집만 파는 서점이었어요. 서점이 있는 동네에 살고 싶고, 어렸을 때 서점 주인이 제 꿈 중 하나여서 제가 직접 서점을 운영하고자 다짐하게 되었어요.
책방 어떤바람은 누군가에게 쉼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구성한 공간이에요. 서점 소개에도 ‘쉘터’라는 단어가 항상 들어가요. 누군가 피난처로서 들어와서 아늑하게 느낌을 가질 수 있고 조용히 숨어들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주변과 차단되어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개방적이면서도 숨어들 수 있는 공간으로 말이죠.
[이용관]
1년의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어요. 제주도 집을 수리도 하고 책방 준비도 하다 보니 쏜살같이 지나가더라고요. 복직 후 제주도에서 육지로 출퇴근하며 회사에 다니다 2년 뒤 회사를 그만두고 책방 운영에 힘썼습니다.
책방을 오픈한지 벌써 4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적응해 가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서점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워가고 있어요. 회사에 다닐 때는 회사 일만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이제는 그때 할 수 없는 것들을 많이 하고 친구도 사귀고 다양한 활동들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죠. 좀 더 나답게 산다고 생각해요.
지역
[김세희]
저는 서울 동대문구 외곽 쪽에서 자라왔어요. 명절 때 삼촌들이랑 혜화동을 걸어 다닌 기억이 있어요. 어렸을 때 저는 뛰어다니는 편은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소극적인 성격은 아니었어요. 명절 때 가면 어르신들이 ‘얘는 어디 갔나 하면 늘 구석에서 책 읽고 있는 아이’로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으시죠.
귀촌을 꿈꾸던 남편을 따라 제주도에 내려온 지 벌써 5년 정도 되었어요. 2017년에 내려와 2018년에 책방을 오픈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마을에 서점이 생겨 좋아해요. 마을에도 모일 수 있는 문화공간이 생겼다고 많이 찾아주셔서 뿌듯할 따름입니다.
[이용관]
제주도의 삶은 괜찮아요. 선택을 잘한 것 같은데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가 고민이에요. 귤 농사도 같이하면서, 제주도에서 삶의 방식을 연구하고 있어요. 주택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흥미로운 것들을 많이 해 보려고 노력해요. 양봉도 해 보고 닭도 키워 보고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어서 목공도 합니다.
시골에 사니까 공부가 많이 필요해요. 고칠 게 많은데 누군가를 부르면 돈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차라리 그 돈으로 공구를 사고 서로 빌리곤 하죠. 물건을 옮기는데도 트럭이 필요하다 보니 마을 사람들끼리 트럭을 공유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그들의 곁에 함께하는 골든 리트리버 산방이와 함께라면 앞으로는 몰라도 하루하루는 행복이 늘 함께하리라 확신이 든다. 이곳을 방문한 모든 이들은 그 확신을 안고 쉼터로 찾아온다.
인사
오랫동안 유지되었던 삶의 방식을 전환한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그것도 혼자가 아닌 가족이 함께 말이다. 그런 위대한 일을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 말하며 여전히 함께 삶의 방식을 모색하고 있는 이곳 책방 ‘어떤바람’의 부부 책방지기. 그리고 차분히 그들의 곁에 함께하는 골든 리트리버 산방이와 함께라면 앞으로는 몰라도 하루하루는 행복이 늘 함께하리라 확신이 든다. 이곳을 방문한 모든 이들은 그 확신을 안고 쉼터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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