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파〉(2021)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났다. 우연히 객사를 걷다 운이 좋게 현장예매를 하였다. 돌이켜 보니, 우연으로 관람했다는 게 부끄러울 만큼 깊은 상실의 이야기였다. 1949년 6월 6일, 친일 경찰들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약칭 ‘반민특위’)를 습격하고 ‘빨갱이’란 주홍글씨를 씌웠다. 이후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후손들은 선친의 업적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난과 이념의 굴레에 살아가고 있었다.
세상사를 살다보면 명확히 깨닫는 것들이 있다. 가령 인정받지 못한 순간, 존중받지 못한 태도. 그것이 사람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와 같은 것들이다. 후손들은 기나긴 시간을 그런 비참함과 상실 속에서 버텨나갔다. 이 모든 상황이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닌 아버지의 유산이라는 것이 억울할 따름이다. 그 모습 속 후손들의 마음을 감히 짐작하여 아래에 몇 자 써본다.
‘가족을 돌보지 않아 원망한다. 찢어지게 가난한 이 삶을 원망한다. 나라만을 생각한 당신을 원망한다. 그리고 당신이 무엇을 어떻게 희생했는지 다 알지 못한 나 자신을, 원망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시대가 많이 나아졌다며 담담하게 사진첩을 보며 아버지를 추억하였다. 그럼에도, 선친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외치고 있었다.〈여파〉에는 어떤 과정과 시간을 거치며 모았을지 모를 사진들과 자료들이 잔뜩 나온다. 조명 받지 못한 사건의 자료 찾기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감히 짐작할 수 없다. 김진혁 감독과 반민특위 후손들은 오늘도 아버지의 일이자 대한민국의 역사를 천명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
왜〈여파〉라고 지었는지에 관한 질문에 김진혁 감독은 답하였다.
“미시사적 관점으로 제목을 지었습니다. 근현대사 교과서에 실린 그 짧은 한 줄의 사건, 그 사건 이후 남겨진 이들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반민특위 사건 이후 후손들의 인생의 여파.. 이 주제를 10년의 세월 동안 잡고 있는 내 인생의 여파.. 그리고 여러분이 이 영화를 본 이후의 여파.. 그런 의미로 ‘여파(餘波)’라고 지었습니다.”
역사의 존재이유는 간단하다. 온전히 나를 알고 온전히 상대를 바라보기 위함이다.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에서 무슨 일들이 있어났는지 알아야 한다. 내 부모님의 부모님이 무슨 일을 경험했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의 영화를 본 오늘의 나는 너무도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