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
한국전통문화대학교를 입학하고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하니 학교에서 흙으로 조소하는 것 이외에도 금속이나 나무 등 다양한 소재로 실습하게 되었어요. 그중에서도 저는 나무가 좋았어요. 흙을 오래 사용해서 물리기도 했지만, 나무가 주는 특유의 느낌이 좋았어요. 나무 특유의 강직하고 단단한 느낌, 나무의 무늬, 나무의 향 등이 말이죠. 무엇보다 나무를 깎으면서 형태를 만드는 게 새로운 느낌이었고요. 그리고 무형문화재 선생님들이 나무로 불상을 만드는 모습을 본 게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졸업작품으로 목조각 불상을 제작했습니다.
저는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이 공예품을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공예품은 쓰여야 해요. 어느 전시에서 정병(淨甁)을 만든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 정병으로 인센스 홀더를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그러다 계속 피드백을 주고받고 하면서 정병의 본래 모습이 인센스 홀더로 쓰기에는 아까운 거예요. 그래서 사용처가 제한 되더라도 사찰의 사리장엄으로 사용하자고 정했습니다. 사용처가 제한되기는 했지만, 공예품이 예술의 오브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쓰임과 용도를 분명하게 갖도록 하는 게 목표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