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
차도구를 최대한 간략하게 줄여 일상에서 간편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시중에 나와 있는 차도구의 한계가 무엇일지 고민하다 유리 티팟을 관찰하게 됐어요. 유리 티팟의 문제점은 티팟 안의 거름망을 빼지 않고 계속 뜨거운 물에 담아두는 형태라 차의 농도가 계속해서 진해진다는 거였어요. 티팟의 문제점을 해결하여 제 작품에 반영시켰어요. 충분히 우려졌다 싶으면 거름망을 빼고 뚜껑을 덮어 원하는 만큼 우려서 마실 수 있도록 제작하였습니다.
차를 마실 때 음차, 품차, 평차 크게 세 가지로 나눠요. 음차는 목이 말라서 음료로서 마시는 차, 품차는 즐기면서 마시는 차, 평차는 산지, 농도 등 다 따지면서 마시는 차인데요. 저는 음차와 품차 정도의 범주에서 마시는 분들이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아무 부담 없이 차를 음료처럼 즐기고, 수다 떨면서 차 한 잔 내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제 작품이 일상에 녹아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산업화 이후에 너무 많은 것들이 쏟아져 나왔잖아요. 그 결과물로 환경도 안 좋아졌고 물건값도 내려가고. 물건이라는 게 너무나도 하찮게 돼버린 거죠. 저는 물건을 만드는 입장으로서 사람들이 물건의 가치를 잊어버린 것 같아서 아쉬워요. 작품을 만듦으로써 그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면 그게 잘 만드는 길이겠구나 싶어요. 잘 만들어서 이걸 사용하는 사람도 행복하고 만드는 사람으로서 나도 보람차고 좋을 거예요. 대대손손 물려주고 싶은 전세품을 만들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공예품이 가지는 가치를 지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