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놓을 때 나는 톡톡 소리가
너무 좋아요
** 해당 인터뷰는 부여의 20대 청년 공예가 그룹 b2y 단체전〈공주, 공예, 공감〉展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사람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일반대학원 전통미술공예학과 섬유 전공 석사 수료생 오세인이라고합니다.
15살에 인사동 한 갤러리에서 창가에 모시 조각보를 걸어놓은 걸 봤어요. 모시 조각보보다 창가에 비치는 그 햇빛과 바람결에 살랑이는 조각보의 모션에 마음이 홀려 규방 공예를 시작하게 됐어요. 15살 때부터 19살 때까지 주말마다 인사동에 가서 공예를 배웠어요. 그런데 남은 천을 이용해서 조각보를 만든다는 걸 알고 나니 한복 제작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전통 한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전통 한복을 깊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전통대 진학을 결정하게 되었어요.
2학년 때 자수를 배우기 전까지 한복을 만드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바느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핏이 달라지고 어떻게 입고 걷느냐에 따라서 흩날리는 자락이 달라진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그런데 자수를 하다 보니까 자수 놓을 때 나는 톡톡 소리가 너무 좋은 거예요. 자수를 놓으면서 들리는 소리도 너무 좋은데 그 소리에 집중하면서 수를 놓다 보면 어느샌가 꽃문양 하나가 완성되어 있는 게 너무 즐겁더라고요. 또 같은 색감이어도 진한 색을 꽃잎 바깥쪽에 놓느냐 꽃잎 안쪽으로 놓느냥 따라서 느낌이 달라져요. 한복보다 자수가 더 다채로운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재밌었어요.
어릴 때부터 활발하고, 발랄하고, 밝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스스로도 활발하고 발랄하고 밝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제가 평소에 성격이 활발하다 보니 색감도 밝은 색상을 많이 찾고 밝은 쪽으로 눈길이 가요. 많은 분이 제 작품을 보면 밝은 느낌을 많이 느낀다고 하시더라고요. 자수 선생님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자수를 놓을 때 그 마음가짐이 작품에서 드러난다고 하세요. 화가 난 상태에서 자수를 놓으면 자수 작품에도 화남이 느껴지고 편안한 마음에서 작업하면 작품을 볼 때 편안함이 느껴진다고 말씀하세요.
솜씨
이번 <공주 공감> 전시에서 제 작품의 콘셉트는 ‘주인공’이에요. 제가 처음 클러치 백을 만들었을 때도, 제 개인 클러치 백을 만들었을 때도 ‘이 가방으로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특별한 존재’라는 걸 느꼈거든요. 영감의 첫 시작이었죠.
디자인적인 부분은 제가 학부 때부터 탄생화를 좋아했어요. 사람들의 자아가 투영되는 것이 옛날에 별자리고 지금은 탄생화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자아가 충분히 투영된 작품을 만들어 사용하는 사람들이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내 자아는 어떻다’는 것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 컨셉을 잡았어요.
제 작품의 핵심 기술은 금사 진금수라는 기법이에요. 진금수는 금사나 은사 색사를 많이 사용하는데 저는 금사 은사 색사 중에서도 금사를 쓰기 때문에 금사 진금수라고 말씀 드리는 거예요. 보통 바늘에 실을 꿰어서 천을 뚫어 많은 면을 메꾸잖아요. 근데 금사 진금수는 바늘에 실을 꿰어서 하는 게 아니라 금사를 디자인한 선이나 면에 따라서 위치를 잡고 자수실보다 얇은 바느질 실을 가지고 금사 위에 잡아주는 거예요. 그래서 진금수가 굉장히 금사 위에 다른 실로 수를 놓는 것이기 때문에 수 간격이 일정해야 하는 작업이어서 좀 많이 신경을 쓰는 작업이기도 해요. 옛날에는 궁중자수에서는 금사 진금수를 놓음으로써 자수가 완성이 되었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있어요.
저는 제 작품을 보는 모든 분이 제 작품을 사용하셨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제가 이 클러치 백을 만든 이유는 제 작품을 보신 분들과 사용하신 분들 모두가 유일무이한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에요. 모두가 제 클러치 백을 들었을 때 ‘나는 특별한 존재야’라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지역
저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다 보니까 자취방 자체가 작업실이에요. 그곳에서 작업이 손이 안 잡힐 때도 있고 작업을 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어요. 작업이 손에 안 잡히는 날은 아예 작업을 안 하는 편이에요. 자수 작업하고 싶은 날이 있거나 기분 좋을 때 자수를 좀 많이 놓는 편이에요. 그럴 때는 작업을 많이 해요. 공간의 큰 의미보다는 컨디션이나 기분에 더 중점이 되는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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