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달간의 축제와 특별전, 월드비빔위크 '비빔의 맛'
‘전주비빔밥축제’의 새로운 한 달간의 축제〈월드비빔위크〉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축제 ‘전주비빔밥축제’는 2021년 10월 9일부터 31일까지 4주간 매주 주말에 운영된다. 전주향교길 일대에서 소규모 온오프라인 형식으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비빔밥이라는 하나의 음식이 아닌 ‘비빔’을 뜻하는 어울림에 의미를 두고 맛으로 다양한 만남을 만드는 축제로 초점을 맞췄다. 기존의 축제에서 나아가 더 많은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기 위해 올해, 2021년에는 류재현 문화기획자를 총감독으로 위촉하였다.
새로운 총감독이 그리는 2021년 전주비빔밥축제는 부제 ‘월드비빔위크(World Bibim Week)’에서 예측할 수 있다. 하나의 음식 ‘비빔밥’이 아닌 서로가 어울리는 문화 ‘비빔’의 축제다. 이번 전주비빔밥축제는 음식문화를 매개로 지역과 사람을 엮는다. 10월 9일부터 31일까지 매주 주말마다 비빔위크(커플의 날), 비타민위크(아내의 날), 단백질위크(남편의 날), 월드위크(가족의 날)로 사람이 어울린다.
전주한옥마을에 집중하되 구 시내 객사, 웨딩의 거리, 동문길 등 전주 대표 상권과 함께 축제에 어울리는 특별한 요리와 할인 혜택이 펼쳐진다. 축제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은 전주 전역으로 뻗어나간다. 외식업협회 완산지부와 덕진지부의 협업으로 ‘이날만 즐길 수 있는 요리’를 개발하고 소개한다. 축제 기간 동안 어우러진 전주 음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가장 전통적인 지역이지만 젊은 세대가 더욱 즐길 수 있다. 그는 전국에서 오지 않을 수 없는 가장 전주다운 축제를 보여주고자 한다.
지역 청년들의 축제, 월드비빔위크 특별전〈비빔의 맛〉
과거 문헌을 보면 비빔밥을 ‘골동반(骨董飯)’이라고 했다. 골동은 여러 가지 재료를 한 데 넣고 비벼서 만든 밥을 뜻한다. 2021 월드비빔위크 특별전 《비빔의 맛》은 골동의 의미를 받아‘전주’와 ‘음식’이란 키워드로 지역간, 세대간, 사람간 어우러진 만남을 소개하였다. 특별전은 〈명인의 맛〉·〈향교의 맛〉·〈그릇의 맛〉 세 가지로 구성되어 진행된다.
〈명인의 맛〉은 전주 음식 명인들의 세월의 이야기와 소장품을 소개한다. 예나 지금이나 전주사람들의 자랑 중 하나는 밥맛이 좋다는 것이다. 전주 밥맛을 지켜주는 건 누구일까. 음식창의도시 전주의 자산이라 할 수 있는 명인명가들이 담아낸 음식은 수십 년 닦아온 그들의 솜씨로 비롯된 것이다. 기존의 명인명가의 음식을 감상한 것에서 나아가 이번 특별전의 3, 40년 거뜬히 함께했을 삶의 이야기와 세간살이를 마주한다.
〈향교의 맛〉은 타지 작가들이 전주향교를 담고 표현한 전시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고 있는 김물길, 양명준, 이루다, 최근우 작가가 이번 전시를 꾸민다. 전주향교길이 이색적인 그들이 시선에서 자신만의 재능으로 표현하고 담고 전한다. 타지 사람의 작업이 즐거운 이유는 늘상 보던 거리에 새로운 맛을 더하는 뚜렷함이다. 전주사람들에게는 관광지나 천변 산책로로만 여겨지던 거리를 어떻게 담아냈을까? 이방인이 그리는 전주의 시선을 즐겨본다.
〈그릇의 맛〉의 맛은 전주 방짜유기장 부녀와 남원 소목장과 옻칠장 부부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그릇은 좋은 음식의 완성이다. 훌륭한 음식을 만들고 알맞게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음식이 다채로운 만큼 그릇의 생김새도 다양하며, 공예가들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공예가의 정성어린 솜씨로 만든 그릇을 충분히 만끽해본다.
깊은 맛의 근원, 〈명인의 맛〉
전시기획은 콩나물국밥으로 시작하였다. 2021 전주비빔밥축제 류재현 총감독님은 8월 11일, 전주왱이 콩나물국밥집에 들렸다. 총감독님은 콩나물국밥을 먹으며 유대성 대표와 대화하였다. 대화는 영감을 꽃피운다. 이 전시는 그렇게 탄생했다. 어쩌면 100년이 넘는 주걱과 도마를 만난 것이다.
소녀의 얼굴이 보이는 오래된 주걱, 3대를 거치며 깊게 파인 도마를 보며 오랜 시간 만들어낸 명품은 이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맛깔 나는 음식의 도시, 전주의 명인들은 보물을 그들이 내놓는 음식과 더불어 그들의 솜씨와 도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어떤 우여곡절을 통해 식당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갔는지 예상할 수 없다. 그들이 겪었을 희노애락을 감히 짐작할 수 없다. 그들의 세월과 함께 버텨준 세간살이만이 묵묵히 곁을 지킬 뿐이다.
색다른 전주향교길의 풍경을 담은 시선, 〈향교의 맛〉
전주 한옥마을과 전주 천변이 맞닿는 길, 전주향교길을 가보았는가. 〈향교의 맛〉은 전주향교길을 처음 만난 타지 작가들의 시선으로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타지 사람들의 작업이 즐거운 이유는 뚜렷하다. 우리가 늘상 보던 거리에서 새로운 맛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 사람들에게 관광지나 천변 산책로 정도로 여겨지는 거리를 작가들은 어떻게 담아냈을까? 전주 방문객인 그들이 그리는 전주 향교길을 즐겨보는 전시를 마련하였다.
전주향교길의 풍경을 재치 있게 표현한 작품은 김물길 작가의 작업이다. ‘673일 46개국, 그리고 400여 장의 그림’이란 타이틀을 가진 그는 24살에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을 확립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수많은 여행지 속에서 만난 영감들을 그림에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그림을 마주한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위로가 되는 그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작업한다.
전주향교길의 거리를 담아낸 최근우와 양명준 사진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전주 한옥마을의 새로운 이면을 봤다고 말한다. 전주 한옥마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고정됐었기 때문이다.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북적북적하고, 길거리음식을 먹기 위해 길게 줄 선 모습이다. 그러나 남천교를 시작으로 전주향교까지 이어지는 길목, 향교길은 사람 사는 정취로 가득했다고 그들은 말한다.
정성을 담아 만든 공예가의 그릇, 〈그릇의 맛〉
음식이 다채로운 만큼 그릇의 생김새도 다양하다. 그 그릇을 만드는 공예가들의 사연도 얼마나 각양각색일까. 전북 전주 풍남문 옆에는 아버지와 딸이 함께 유기를 두드리는 공방이 있으며, 남원에는 나무를 깎고 옻칠하는 부부도 있다. 그들의 정성으로 만든 그릇을 소개하였다. 백자나 사기, 청자 등 도자기를 식기로 즐기는 한국답게 도자기를 사고, 쓰고, 감상하는 것이 익숙하다. 그러나 그릇은 도자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감상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보자는 시도를 이 전시에서 나타낸다. 새로운 재료는 새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유기와 목기로 구성된 테이블을 맛본다.
유기는 전북무형문화재 제43호 방짜유기장 이종덕 보유자와 이솔이 전수자의 작업이다. 이종덕 보유자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방짜유기를 연구 및 제작하고 있다. 꽹과리나 징 등 소리를 내는 악기부터 밥그릇, 와인쿨러 등 다채로운 그릇까지 메질로 두드려 만든다. 이솔이는 아버지의 업을 이어 작업을 배우고 있다.
목기는 남원 파파우드 공방의 솜씨이다. 남편 소성선 소목장과 아내 황미슬 옻칠장의 협작품이다. 어릴 적부터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던 소성선은 남원으로 내려와 가구와 그릇을 만들기 시작했다. 황미승 옻칠장이 그의 곁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을 찾다 시작한 것이 옻칠이었다. 2018년부터 공방 매나메종을 차리며 동등한 작가로서 작업을 맞춰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