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
대학교 2학년에 금속에 빠지게 됐어요. 소목에 관심이 있어 가구를 살피다 장석이 눈에 띄더라고요. 그걸 만드는 게 금속이니까 그걸 접목해서 작업해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금속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금속이란 소재가 재밌었던 이유가 금속이 보면 날카롭고 단단함이 있는데 불을 가했을 때 액체로 변하고 기화되는 걸 보고 충격적이었어요. 처음 학교로 들어왔을 때 선배들이 작업 하는 걸 보는데 녹이고 망치질을 해서 형태를 변형 시키는 거예요. 평면이었던 게 입체가 되고 다양한 형태의 문양들도 나오고 하는 걸 보니까 그거에 대한 재미를 느껴서 호기심이 생겼달까요. 그런 것 때문에 금속 공예를 했던 것 같아요.
서울 어느 한 카페에 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카페가 너무 어둡더라고요. 어두운 공간인데도 무드한 조명으로 세팅이 되어 있어 거기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더라고요. 벽면에 자연의 소리가 나온다든지 장작이 타는 소리가 난다든지 자연적인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굳이 나가서 이런 어두운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만의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다. 어두운 공간이 아니라 어두운 공간 속에서 자그마한 불빛이 있는 공간을 꾸며주고 싶다’는 생각에 영감을 받아서 지금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호롱불을 사용한 이유는 전구는 따뜻하지 않더라고요. 근데 호롱불은 직접 키는 거다 보니 그 열기 때문에 어두운 공간이지만 사람 온기가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공간을 선사해주고 싶어서 호롱을 제작하게 됐어요.
보람 찬 일은 제 작품을 만들어 학교에서 전시를 했을 때였어요. 다양한 과 학생들이 제 작품을 보고 ‘대단하다’ ‘갖고 싶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또 학교에서 학부생들이 매년 신입생들이 들어오잖아요. 그런 애들이 ‘저 선배 작품 봤어요’ ‘인터넷에 올라와 있어요’ 이렇게 말해주면 보람을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