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20대 초반에 지인이 저한테 꿈이 뭐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도예가가 꿈이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분이 다음 날 [도예의 기초](1992)라는 책을 선물해 주셨어요. 그날부터 박물관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계룡산 도예촌에 다녀오는 길에 터미널 옆 ‘유성서점’에 들어갔어요. 도예가에 대한 책을 찾고 싶어서 일하던 분께 여쭤봤죠. 제 언니뻘 되는 분이었는데 그걸 왜 찾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도예가가 꿈이고, 작가가 소개된 게 있으면 찾아가 보고 싶다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자기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둘이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저는 20대 초반이고 분명히 부모님은 허락 안 할 거니까 둘이 가출하기로 했어요.
딱 사촌에게만 계획을 전했어요. 이 친구가 백제예술대학교 행정실에서 일했는데 제 계획을 도예과 교수님한테 전했고, 물레 담당이셨던 심재천 교수님이 젊은 친구가 기특하다면서 데리고 오랬다는 거예요. 그렇게 그해 여름에 수박 한 통을 들고 갔더니 교수님이 당장 와서 작업하라셨어요. 언니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잘됐다고 자기는 계룡산 도예촌을 수시로 다니니까 자기는 거기에서 하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언니는 계룡산으로 가고 저는 교수님 댁으로 갔죠. 그때부터 저는 계속 도자 작업만 하고 있어요.
인사
얼마 전에 남편이 갑자기 삶의 목표가 뭐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큰 목표는 없어요. 하루하루 내가 좋아하는 작업 하면서 살고 싶은 거지. ‘난 하루살이야. 그냥 행복하고, 재밌게 살고 싶어.’ 그랬어요. 저에게 도자기는 생활인 것 같아요. 우리가 그냥 하루 밥 굶으면 살 수 없으니까 먹는 것처럼 내가 크게 뭘 이루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제 일상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