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국립무형유산원 무형유산 디지털 아카이브 제공

사랑하지 않고서 어떻게 우리가 비에 맞서겠어요


안녕하세요 이달의 에디터 ‘베로’입니다.


비 소식이 쏟아지던 7월의 어느 날. 각종 글로벌 차트를 장악하는 ‘뉴진스(NewJeans)’의 신곡 ‘쿨 위드 유(Cool With You)’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모델이자 배우인 ‘정호연’이 주인공으로 활약해 이목을 집중했는데요. 비에 흠뻑 젖은 그의 얼굴이 영상의 섬네일을 차지했습니다. 왜 그는 온몸으로 비를 맞았던 걸까요?


‘Cool With You’ 뮤직비디오는 프시케와 에로스의 신화적 관계성을 재해석했습니다. 성별에 국한하지 않고 ‘사랑’에 초점을 두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죠. 에로스가 쏜 황금 화살에 맞으면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계실 거예요. 에로스에게는 두 가지 화살이 있습니다. 서로를 증오하게 하는 납 화살, 서로를 사랑하게 하는 황금 화살.


영험한 힘이 깃든 황금 화살은 우리나라에도 존재합니다. 백발백중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바로 우리나라의 활과 화살인데요. 예부터 활을 아주 잘 쏘기로 명성을 떨친 우리 민족은 ‘활의 민족’이라 불렸습니다. 활과 화살은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죠. 살생을 앞세운 무기의 측면이라기보다, 민족정신을 지키는 보호의 측면에서 의미가 짙다고 할까요.


기록에 따르면 활을 만드는 사람은 ‘궁인(弓人)’,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시인(矢人)’이라고 부릅니다. 활과 화살을 만드는 두 장인을 합쳐서 ‘궁시장’이라 일컫죠. 쏘는 대로 명중하는 활과 화살을 만드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겠죠? 맞아요. 활의 재료가 되는 ‘시누대’는 화살이 되기 위해 130번이 넘는 손길을 거쳐야 합니다. 휘어진 화살을 곧게 다듬는 ‘대나무 졸잡기’ 단계까지 넘어서면 비로소 언제 쏘아도 자신감 있는 화살이 됩니다. 쇠뿔로 만든 ‘각궁’은 한 번 쏜 화살이 300~400미터를 나갈 만큼 유별난 탄력성이 있다고 하는데요. 쉽게 부러지지 않는 활과 화살은 ‘올곧음’을 열망하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극 중 에로스(정호연 분)는 한 인간을 만나 ‘사랑’을 열망합니다. 그리고 잠시, 신으로서의 본분을 잊고 지내죠. 폭우를 맞으면서도 그가 활짝 웃을 수 있었던 건 오직 사랑 때문이었을 거예요. 어쩌면 ‘Cool With You’ 이야기 속 에로스의 욕심은 그저 인간답게 사랑하는 삶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결핍과 고난의 연속에도 우리가 손을 맞잡는 것은 결국 사랑만이 우리를 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목표를 명중하기 위해 활시위를 당기는 일상에서도 우리가 늘 사랑과 함께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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