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
집 주변 바닷가에는 버려지는 조개껍데기가 많았어요. 패각은 처리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애물단지 취급을 받거든요. 어떻게 하면 패각이 주는 질감과 색감을 표현할 수 있을까 끝없이 고민했죠. 패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싶었거든요. 예를 들면 제주 흙에 섞는다든가, 유약에 넣는다든가, 안료로 사용한다든가 이런 식으로요. 다채로운 실험을 통해서 작업물의 일정한 톤을 맞추기 위해 고심하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유물이 ‘백자대호’인데요. 크고 둥근 여백의 미와 편안하고 깨끗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유물이라서 다수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곤 해요. 저도 백자대호를 보고 반달 항아리 디자인을 결심했어요. 반달항아리는 그립감도 좋고 어느 공간에도 잘 어울려요. 사람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비로소 공예라고 저는 생각해요. 편안한 형태를 만들려는 고민이 반달항아리의 시작이었어요.
작업실 이름은 '산호요'예요. 산호 산[珊] 좋을 호[好] 가마터 요[窯] 자를 사용해요. 산호가 좋아하는 가마터, 산호가 좋아하는 도자기 만드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죠. 형태 디자인은 유물에서, 색감과 질감 디자인은 제주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요. 산책하면서 보이는 바다, 바다 앞에 펼쳐지는 모래와 돌, 돌담과 오름, 화산송이와 현무암들이 대표적이에요. 제주의 자연적 요소, 제주만의 색감을 어떻게 구현할지 여러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