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
직 업 유리공예가
SNS @glasshoy
운 영 문의 후 방문
참 여 2023 교보문고 콜라보〈어루MZ다〉
#램프워킹 #유리피규어 #따뜻한위로
만남일_2023.07.20
에디터_교보문고 | 사진_남하은
** 교보문고와 프롬히어가 함께한〈어루MZ다〉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사람
저는 유리공예 작업하는 조현영입니다. 유리 작업은 대학생 시절부터 시작했어요. 약 15년 정도 흘렀네요. 저는 유리로 세계를 제패해 보자는 생각으로 유리를 시작했어요. 그만큼 유리가 정말 좋거든요. 제가 만든 제품을 SNS의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서 주문하는 분들이 많고요. 최근에 가장 좋았던 건 어떤 분이 주문 제작을 의뢰하셨어요. 그게 잉어였거든요. 비단잉어를 어항 느낌으로 표현해서 드렸는데, 어느 날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셨더라고요. 작품을 받아보고, "내가 이거를 사용하기 위해서 그동안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하셨대요. 그때 좀 울컥했어요. 15년 정도 유리 작업하면서 뿌듯한 순간이 이럴 때예요.
공예는 배움의 연속이에요. 계속해서 발전하고 연마해야 하니까요. 저는 지금도 제가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실력이 진짜 안 늘어서 과연 내가 유리 작업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일단 버티면 된다고 봐요. 버티면 어떻게든 되고, 어떻게든 풀리는 게 맞는 것 같거든요. 때로는 실패한 것들을 깨뜨리면서, 때로는 눈물을 흘리면서 스트레스를 다스렸죠. 어떨 땐 세상이 나를 몰라주는 것 같잖아요. 그럴 때는 너무 쌓아두지 말고, 표출해야 한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기왕 좋아서 시작한 일, 포기하지 말고 계속 이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솜씨
램프워킹은 토치 하나로 작업하는 거라서 큰 작업은 조금 어렵고요. 대신 작은 작업 위주로 많이 해요. 제가 한 번도 만들어 보지 않았던 형태로 주문이 들어오면 사전에 숙달해야 하니까, 그런 경우에는 손도 시간도 많이 들어가요. 원하는 느낌을 표현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니까요.
유리 피규어를 만들 때는 시중에 판매되는 것들이 있으면 참고하면서 작업하는 편이에요. 예전에 호랑이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한 분이 계셨는데, 그게 조금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작은 크기에 패턴이 들어가다 보니, 하루 이틀 정도 연습 기간이 필요했죠. 그래도 어떻게든 해내는구나 싶더라고요. 뿌듯했죠.
일반인이 봤을 때 유리는 되게 딱딱하고 차가운 소재잖아요. 저는 유리를 아주 뜨거울 때 성형하다 보니까 하나의 인격체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유리라는 소재가 저에게는 엄청 따뜻한 소재예요. 어떨 땐 친구 같고, 애인 같고 이러거든요. 그래서 주로 친구랑 교감하면서 작업한다고 느껴요. 제가 경험한 이런 감정들을 유리 작품을 사용하는 분들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제 작품이 사람들에게 심적인 안정을 주고, 따뜻한 위로가 되고, 위트이자 소재거리가 되었으면 해요. 유리가 관계의 매개체이길 바랍니다.
지역
원래부터 손으로 이것저것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기계도 잘 만졌고요. 그래서 미대 진학을 염두에 두긴 했는데 어떤 과를 지원해야 할지 고민했죠. 그러던 찰나에 어머니랑 언니랑 저랑 셋이서 일본 여행을 가게 됐어요. '하코네'라는 지역에 ‘가라스노모리’(箱根ガラスの森美術館)라고 '유리의 숲'이라는 미술관이 있어요. 어머니께서 거기에 가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죠. 미술관에 입장하는 순간 "나 진짜 유리공예라는 것을 해야겠다" 정말 운명처럼 느꼈어요. 그때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유리를 배울 수 있는 학과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고 입학했습니다.
유리가 너무 좋아서 시작했지만, 생계에 대한 고민도 놓을 수는 없었죠. 제주도에 있는 '유리의 성'이나 대부도에 있는 '유리섬박물관'에서 근무하면서 사회적 경험을 쌓았어요. 그러다가 김포에서 작업실을 잠깐 운영하기도 했어요. 이제 나도 혼자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판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빠듯하게 작업실을 운영했죠.
그렇게 작업실 운영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다른 선생님께서 여기로 와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셨어요. 그게 이천에 있는 도자재단이었죠. 그곳에 입주 작가로 들어가서 레지던시 아카데미 같은 것도 참여하고 다양하게 작업했어요. 그러다가 대학원에 진학할 즈음 제품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제대로 된 독립을 시작했습니다.
인사
요즘은 공예와 공예 작가의 가치를 알아보고, 감상의 여유를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많이 느껴요. 고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작하고, 그게 따뜻한 피드백으로 돌아올 때 정말 뜻깊죠.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은 제 작품을 받아보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의 응답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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