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도서관에서 만난 작품이에요. 왕세자입학도첩 수하도는 효명세자가 창경궁에서 관원과 종친들에게 축하를 받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왕세자는그려지지 않았지만, 왕세자가 있을 자리에 절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림 속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유심히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표정에 눈이 가게 됩니다.
이 그림에서 눈이 갔던 부분은 절을 하고 있는듯한 사람들의 표정이었어요. 두 눈을 나타낸 듯한 두 개의 작은 점과 코를 나타내는 건지 입을 나타내는 건지 잘 모르겠는 한 개의 곡선으로 이루어진 그 표정들에서는 너무나 '대충의 미학'이 느껴졌습니다 .대충 웃고 있는 듯한 이 표정들이 묘하게 정감 있어서 공부가 지겨워지면 한 번씩 보러 가는, 힘을 주는 작품입니다.
백제 호자의 원래 용도는 이동이 가능한 변기로 추정된다고 한다.. 호자의 모습은 '변기'하면 생각나는 더럽고 부정적인 존재가 아니라 재미있고 무해한 생김새 덕분에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크다.
생활용품으로서는 장식적이고 장식적으로 보기에는 다소 허술한 면이 있어 대충의 미학과 잘 어울리는 물건이기도 하다.
예전부터 심미적인 것을 좋아했던 조상들의 모습을 한 번 더 엿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또한 큰 입 덕분에 많은 걸 담을 수 있고 손잡이 덕분에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변기 외에도 다양하게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의 토기의 용도는 곡식을 담는 용도이다. 백제 호자의 담는 부분을 강조하여 "백제 호자를 빨래 바구니로 만들어 아이디어 상품으로 만들거나 호자의 당당한 모습을 귀엽고 전통적인 오브제로 재 탄생 시키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던져보는 바이다. 또한 평소 모든 일을 완벽히 하려는 나에게 백제 호자는 어떻게든 방향만 맞으면 괜찮다는 위로를 준 유물이기도 하여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재조명 받기를 원하여 대충의 미학에 잘 맞는 유물로 선정했다.
인물이 타고 있는 동물은 망아지도 대형견도 아니라네요. 멍한 눈으로 온순하게 사람을 등에 태우고 있는 동물이 호랑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믿기지가 않아요! 골든 리트리버보다 더 순해 보이는 걸요.
"세상에 나쁜 호랑이는 없다!"에 나올 듯한 카리스마 훈련사와 완전히 길들여진 순한 호랑이의 콤비. 호환이 마마와 함께 대표적 재난이었던 조선시대에 이런 맹수 훈련사가 있었다면 임금님이 상을 내릴 정도의 히어로였을 거에요.
하지만 호랑이를 탄 인물은 꿈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은 것 같네요. 이 유물은 조선 시대 상여에 장식되었던 꼭두인형이라고 합니다. 형제 자매나 친구들이, 그가 다음 생에서 반려 호랑이 친구를 만들 수 있기를 기원하며 상여에 인형을 장식해 준 것 같아요!
주인공이 다음 생에서 꿈을 이루었기를 바랍니다. 어느 동물원에서 훌륭한 사육사로 일하며 멸종 위기의 맹수들을 아끼며 돌봐 주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글만 보고는 몰랐습니다. 뭐 특이한 유물이 없나 보려고 낙랑시대만 골라서 보고 있었는데, 한 264페이지 쯤이었나... 녹유돈이란게 있습디다.
녹유돈... 생긴 것만 보고는 그냥 무늬가 있는 어떤 장식이라고 생각했는데, 돼지랍니다. 돼지 돈이었습니다. 그래도 자세히 보면 돼지의 느낌이 있긴 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엎드려 있는 돼지의 네 다리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제 보고서같아요. 이게 대체 뭔가... 싶은데 자세히 보면 보고서의 양식은 있는... 그래도 유물로 전해내려오는 걸 보면, 제가 쓴 보고서도 언젠간 빛을 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