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바람
딱히 취미 생활도 없고, 집에만 있으면 늘어지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이라도 구경하려고 가게에 나와 있어요. 그런데 골목에는 하루에 한 50명이나 다니는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이 골목이 너무 조용해. 집마다 사람들이 살고,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텅 비어버렸죠. 솔직하게 말하면 이 골목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는 없어요. 시골 사람들이 남부시장으로 나와서 장을 보고 했을 때만 해도 희망이 보였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동네마다 슈퍼가 있고 큰 마트들이 즐비한데 누가 시장까지 나와서 장을 보겠어요. 그렇기에 이곳에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어요. 시골 어르신들도 마을에서 충분히 물건을 조달할 수 있으니까 더 장사가 안되죠. 그래서 저는 그저 건강하게 지내고, 가게도 체력이 될 때까지만 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 골목에서 뭔가를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솔직한 말로 말리고 싶어요. 여기서 새로 시작한다고 하면 완전히 굶어요. 골목이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건물을 멋지게 지어서 카페나 하면 모를까… 사람들이 여기에 왔을 때 볼 것이 있어야 하는데 볼 게 없으니까 오지를 않죠. 그런데 멋진 카페라도 하나 있으면 오고 가면서 눈길을 사로 잡으니까 다음에라도 올까 싶어요.
‘희망성’을 찾지 못하겠다는 고물자 골목을 묵묵히 지키던 이종희 사장님은 사람들로 북적였던 골목의 어느 한순간을 잊지 못하는 듯 보였다. 더 이상 과자를 만드는 일도, 기대되는 일도 없다고 무심하게 내뱉었지만, 그녀의 어감에는 골목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40년 넘게 골목을 지켜온 의리와 정. 그리고 세월 앞에서 변해버린 골목과 풍경을 반추하며 그가 꺼낸 기억들은 어쩐지 희망을 잃은 골목을 되살릴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기에 다시 이 골목이 사람들로 북적일 때까지 이종희 사장님이 건강하길 간절히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