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저는 가업을 이어받아 전통 화살 ‘죽시(竹矢)’를 만드는 전남무형문화재 궁시장 김철호 이수자입니다. 아버지는 전통을 지키고 전수하는 것을 업으로 여기셨지만 저는 조금 다양한 방법들을 찾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전통기술만을 스승과 제자 간에 전수하는 것 만으론 온전한 전승이 이뤄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부터 화살을 만졌어요. 어머니는 말할 것도 없이 모든 식구가 도왔죠. 화살과 재료들이 굉장히 산재해 있었기 때문에 일들을 돕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들이었어요. 그때 대나무 굽는 냄새가 좋았어요.
80년대 후반부터 대량생산되는 카본 화살 등장으로 주문이 떨어지고 집안의 생계가 어려워졌어요. 어머니가 다른 일을 하시면서 생계를 유지했죠. 장교로 군 복무 중 2004~5년쯤 아버지가 저한테 말씀하시기를 ‘너 나랑 같이 화살을 만들 거냐?’고 몇 번이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차츰 ‘아버지가 많이 힘드시구나. 같이 해볼까?’ 생각을 수도 없이 했고,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