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위한, 정성스러운 반상차림
안녕하세요. 이달의 에디터 ‘소피’입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달고나’, ‘떡볶이’ 등 한식 단어가 대거 등재될 것이라는 소식, 알고 계셨나요? (기사 링크🔗) 영어권 국가들에서 한식 관련 단어 사용이 급증하는 추세를 반영한 결과인데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한식 단어들이 포함되는 것은 한식의 파급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한국 문화의 세계적인 수용과 확산을 의미합니다. 한류 확산에 따라 높아진 한식의 위상을 실감하며, 이번 달 뉴스레터에는 우리나라 전통 상차림인 반상문화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2022 우수문화상품 ‘요석궁 시절식 반상’ / 출처: 서라벌신문
우리나라 전통 상차림 문화는 ‘독상’이 원칙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 유교사상에 따라 예(禮)의 덕목을 강조하게 되면서, 가족 내의 어른에게 예를 갖추어 드리는 진지상을 반상(飯床)이라 했지요. 조선후기 반상 차림은 1800년대 말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음식 조리서 『시의전서』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오첩반상∙칠첩반상 등을 그린 ‘반상도식도’에서 조선 후기 상차림의 원형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반상차림의 규모는 빈부(貧富)나 신분에 따라 차이가 있었으나 쟁첩에 담은 반찬의 가짓수에 따라 3첩, 5첩, 9첩, 12첩이라 부르며 반상기(飯床器)에 차렸습니다.
한 사람마다 소반 하나에 음식 한 상을 차려내는 것은 이처럼 고유한 우리의 식문화였습니다. 찌개나 탕, 메인요리가 있는 한 상에 여럿이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먹는 풍습은 6.25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문화인데요,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저녁식사 풍경에 한 식탁에 마주앉아 식구들이 옹기종기 식사하는 모습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었던 거죠. 그리고 오늘날은 어떤가요? 바쁜 일상에 쫓겨 대충 배를 채우거나, 불편한 사람과 업무상 식사자리를 갖지는 않은가요?
사실 전통문화인 반상차림은 오늘날의 식문화와도 잘 어우러집니다. 1인분으로 밥과 반찬을 동시에 올리는 점에서 코로나19를 거치며 신경쓰게 된 위생 문제도, 웰빙을 고려한 조화로운 건강식단을 구성하는 것에도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반찬을 담는 쟁첩의 크기도 대략 지름 9.5cm, 깊이 1.5cm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서너 번 젓가락질로 집어 먹을 양이 담겨 양보다 질 위주의 음식을 섭취하도록 구성된 것입니다. 주식인 밥과 김치, 국, 장류를 비롯해 다채로운 식재료로 구성한 부식이 조화롭게 차려진 반상은 언제나 정성과 예를 갖춘 것이었죠.
이렇듯 반상차림은 오늘날 스스로를 대접하는 삶을 실현하기에 적합합니다. 식사하는 사람을 배려한 1인 상차림의 정서는 ‘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으로 연결되기 때문이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오롯이 나를 위한, 정성스러운 상을 차려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