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
국립무형유산원 개원 10주년 창의공방 상주작가 전시 작품은 도전 그 자체였어요. 그렇게 큰 작품을 만드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생각한 것보다 재료와 시간이 훨씬 많이 드는 일이었어요. 몰랐으니까 용감하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워낙 커서 하루에 4cm씩밖에 못 만들었어요. 이것 때문에 제주에 계신 탕건장 전승교육사 김경희 선생님께 가서 망 뜨는 것도 따로 배워왔어요. 매듭에서 망을 뜰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끊기지 않는 실 한 가닥으로 망을 떠요. 끊기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죠. 그런데 규모가 커지니까 한 줄로는 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연결하는 걸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때 탕건장 선생님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배운 기술로 작품을 진행했어요.
청주 공예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혼백매듭은 사람과 영혼, 삶과 죽음을 연결해 주는 매듭이죠. 이걸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더니 제가 염세적인 거 아니냐고 오해하시기도 하는데 정반대에요. 저는 삶을 사랑하거든요. 그렇지만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믿어요. 오히려 놀랐어요. 사람이 한 번도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살 수가 있나? 태어난 모든 사람이 죽는데 이걸 빼고 삶을 말할 수 있나? 이런 의문이 들더라고요. 이런 저의 고민을 혼백매듭을 통해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매듭은 매달려 있을 때 가장 아름다워요. 박물관 같은 곳에서 전시할 때 꼭 바닥에 눕혀두잖아요? 그게 항상 아쉬웠어요. 매듭은 걸려서 매달리고 흔들릴 때 더 예쁜데 그 예쁨이 누워있으면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제 전시에서는 매듭을 매달아서 전시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 같아요. 공중에 매달아보기도 하고, 울퉁불퉁한 도자기 위에 얹어서 흘러내리는 것처럼 비치해 보기도 하고요. 여전히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새로운 표현 방식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