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미니멀리즘.
양반의 이중성을 나타내기 위해 그저 반을 홍색으로 죽 칠해버린 홍백탈을 보라. 누가 봐도 그 의도를 알 수 있다. 서민들의 놀이였기에 아주 직관적인 형태를 취한 것이다. 탈은 한 번 쓰고 태워버리는 풍습이 있어 같은 탈도 저마다 모양이 다른데 이렇게 단촐한 모양도 있고 주름, 수염 등의 커스터마이징을 한 나름 화려한 홍백탈도 있다.
시간이 흘러 2024년의 지금, 그리고 나. 학점 걱정, 스펙 걱정, 취업 걱정에 어찌나 세상은 이리 시끄러운지, 모든 고민을 그저 홍색으로 죽 칠해버리고 싶은 날이다.
이 유물 속 세 여자들의 얼굴이 대충 그린 듯 하면서도 각자의 특색이 잘 나타납니다!
실제로 저 사람들을 만난다면 그림을 보고 누가 누군지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얼굴은 호빵 같이 그렸지만, 의복과 머리 스타일은 대충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고려 말 조선 초의 패션 스타일을 섬세하게 나타내고 있죠.
이 작품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두 번째 여자 얼굴이 저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제 얼굴이 대충 그린 그림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높이 11.4cm, 길이 14.6cm, 너비 20cm 의 돌덩이이다. 길에 보이는 현무암이나 화강암 중 가장 큰 것을 가져와 구멍을 파낸 듯하다.
왜 많고 많은 재료 중에 굳이 이 재료를 선택했을까 생각해 봤다. 아마 이 유물을 사용하던 지역이 제주도와 같은 화산활동 지대 근처였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의 무기 제조를 위해 쇠그릇과 놋그릇 등의 모든 금속제 물건이 강제로 공출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돌로 대충 만든 그릇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사람 그릇 하나 만들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고양이의 밥그릇을 만들었다는 점이 우리 선조의 따뜻한 마음씨를 보여준다.
맨 처음 이 유물의 사진을 보았을 때는 고양이 밥통도 유물로 간주하는 것이 웃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을 알게 된 후로 잊을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암울한 시대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가 담긴 의미 있는 유물이라고 생각한다.
신라시대의 작품입니다.
흙으로 빚은 작은 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닭의 모습을 여실히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포동포동한 몸통 부분과 둥글게 표현되 꼬리가 너무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닭의 얼굴과 부리도 나름의 디테일을 살려 표현되어 있어서, 대충 표현된 몸통과 꼬리와 대비되는 느낌이 재미 있습니다. 날개나 다리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데, 그것이 어색하기 보다는 오히려 안정감 있는 닭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계속 보다보면 뭔가 흙으로 빚은 닭이 아니라 쌀로 튀긴 닭처럼 고소한 냄새가 나는 듯 하고, 오늘 저녁은 치킨을 먹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