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추석은 왕이 직접 챙기는 주요 행사였어요. 조선왕조실록에는 추석이 134번이나 등장 하는데요. 대부분 추석 당일 오전에 제사(추석제, 秋夕祭)를 지냈다고 합니다. 추석제는 조선의 기본 예법인 ‘국조오례의’에 규정된 공식 의례는 아니었지만, 왕실 차원에서 국왕이 조상에 대한 효를 다하기 위해 지내는 제사로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때에는 사형집행도 금지하고 엄숙하게 제를 지냈는데요. 그런 제사에서 실수를 했다면 얼마나 아찔했을까요?
실제로 그러한 사건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내용이 있습니다. 훗날 영의정에 올랐던 윤은보는 연산군 때 추석 제향을 관장하던 중 지방을 붙여놓을 신위판을 떨어트려 의금부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고 합니다. 엄중한 국가 행사였던 만큼 신하들도 무척 부담스러웠던 모양입니다. 중종 때 관리의 비행을 조사해 책임을 규탄하는 사헌부에서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추석제에 나오지 않는 신하들에 대해 그 죄를 추궁할 것을 요청했다고 해요. 이 요청은 받아들여져 추석제에 오지 않는 이들은 직에서 물러났다고 합니다.
그래도 엄숙한 제사 절차가 끝나면 술과 음악을 곁들인 잔치가 벌어졌다고 하는데요. 성종실록에는 당상관들에게 술 50병, 홍문관·예문관들에게는 30병을 내려 완월(玩月 : 달을 구경하며 즐긴다는 뜻)연을 베푼 기록이 나온다고 합니다. 성종은 훈련원과 장악원 등 두 곳으로 나누어 연회를 열었는데요. 지위가 낮은 하급 관리도 마음대로 놀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죠.
넉넉하고 흥겨운 명절인만큼 관료들은 성묘를 위해 휴가를 낼 수도 있었습니다. 조선 중기 학자이자 문신인 김장생(1548-1631)은 "성묘를 위해 휴가를 주는 것은 나라의 법전에 기재되어 있는 일이므로 추석이 되면 규례대로 휴가를 받으려고 생각했는데, 때마침 나라에 큰 옥사가 있어서 감히 휴가를 청하지 못하였습니다."라고 '사계전서'에 적어두기도 했답니다.
조선 왕실의 추석 이야기 다들 재밌으셨나요? 저도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았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하면 떠오르는 말이죠? 풍요로운 추석처럼 오곡백과 잘 먹고 지나가길 바라는 조상들의 바람이 담겨있는 말인데요. 여러분도 이번 추석에 맛있는 명절 음식 잘 챙겨 드시고, 풍성한 결실을 기대하는 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