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옷과 함께 살았죠
전주시 완산구 용머리로 194
직 업 세탁기능사
시작일 2002년
인스타 -
운 영 연중무휴
#세탁소 #수선 #장인정신
#단골손님 #근면성실 #효자주공3단지
에디터_양소영
사진작가_정한슬
만남
효자주공3단지 상가 안쪽. 조용하고 한산하게 생긴 것과 다르게 안으로 들어가니 빼곡하게 걸린 옷들과 깔끔하게 정리된 작업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곳에서 20년 넘게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하재필 사장님을 만났다. 양복 기술자에서 세탁소 사장님이 되기까지, 그의 이야기에는 삶의 무게와 따스함이 공존했다.
사람
하재필 대표는 1976년쯤 서울로 올라가 양복 제작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양복 기술자는 최고의 신랑감으로 꼽힐 만큼 인기 있는 직종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옷과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성복의 등장, IMF 위기등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그는 양복 판매, 수선, 세탁업 등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우리 선배들은 대우를 많이 받았어요. 양복집 기술자들은 인기가 많았죠. 옛날에는 양복 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일류 신랑감, 1등이었어요. 그렇게나 인기가 좋았죠. 그런데 기성복이 나오면서 맞춤이 점점 없어져서 일이 줄어들고, 양복점이 없어져서 직업전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솜씨
주공삼성세탁소는 단순히 세탁만 하는 곳이 아니다. 양복점부터 세탁소까지 40년 넘게 쌓아온 옷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섬유의 특성을 파악하고, 최적의 세탁 방법을 찾아내는 곳이다. 특히 얼룩 제거와 수선 작업에서는 그의 기술력이 빛을 발한다.
“우리 세탁소 장점은 제가 예전에 옷 판매와 제작을 다 해봤다는 거예요. 옷감이나 섬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압니다. 저는 손님들이 맡긴 옷을 내 옷이라고 생각해요. 그 손님 옷을 다린다고 생각을 안 했어요. 얼룩이 잘 안 빠지면 드라이클리닝을 두세 번이고 반복해서 해드리죠. 체크도 꼼꼼히 해서 어떤 약품을 썼고, 어떤 처리를 했는지 다 기록합니다. 손님들이 ‘전주 최고의 세탁소’라고 불러주시는 게 자부심이 됩니다.”
지역
하재필 대표는 1988년에 다시 고향인 전주로 내려와 이곳저곳을 거쳐 2002년 효자주공3단지에 자리를 잡았다. 효자주공3단지는 공무원아파트를 포함해 1,230세대가 살았던 대단지 아파트였다. 조용하고 공기좋은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이 동네는 사계절을 다 볼 수 있어 좋아요. 봄 되면 목련이 제일 먼저 피고, 가운데가 벚꽃이고, 수국도 있어요. 우리 서울 사촌 형님이 와서 그랬어요. '야, 너는 별장에서 일한다.' 나무도 좋고 공기도 좋고 이런 아파트가 어디 있냐고 말이에요.”
인사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옷과 함께해온 그는 이제 전주에서 손꼽히는 세탁 전문가가 되었다. 그의 진정성과 성실함은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단순히 옷을 맡기고 찾아가는 관계를 넘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삶을 나누는 이웃이 되었다. 이러한 신뢰 관계야말로 그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성과다.
“현재 손님 비율을 따지자면 여기서 살다 간 사람이 9고, 현재 주민이 1이에요. 엄청 고마운 사람들이야 진짜. 세탁소가 없어서 여기로 오겠냐고. 일부러 차를 갖고 와서 옷들도 다 가져오고. 손님들이 우리를 믿고 찾아와 준다는 게 항상 고맙고 기억에 남죠.”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세탁소를 운영하고 싶어요. 우리는 지금도 그만하고 싶은데 그래도 단골손님들 생각하면 일을 그만두기가 쉽지 않네요.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진심을 다하면 손님들이 알아준다.’ 앞으로도 이 마음가짐으로 일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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