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

오랫동안 따뜻하게 쓰이기를 바라요

 충남 부여군 규암면 수북로 50

스튜디오 오공 오승환


직 업   금속공예가

운 영   문의 후 방문

           




#공예 #금속 #호롱

만남일_2024.08.21

에디터_김민진 | 사진_정한슬

오랫동안 따뜻하게 쓰이기를 바라요


충남 부여군 규암면 수북로 50

스튜디오 오공  오승환


직 업   금속공예가

운 영   문의 후 방문 




#공예 #금속 #호롱

만남일_2024.08.21 | 에디터_김민진 | 사진_정한슬

만남


차가워야만 뜨거워지는 것이 있다. 차갑던 금속은 때로는 조명이 되어 따스함을 품고, 불 가까이에서 고요히 뜨거움을 참는다. 삶의 양면성을 품은 듯한, 금속공예의 매력을 알아가던 무렵 차가움과 뜨거움이 공존하는 작품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금속을 다루며 그 안에 따스한 감성을 불어넣는 오승환 금속공예가를 부여의 작업실에서 만나보았다. 


사람


어릴 때는 만화도 하고 싶었다가 회화도 하고 싶었다가 조각도 하고 싶었다가 그랬어요. 뭔가 하나를 오래 하기보다 여러 가지를 많이 알고 싶어했는데 공예가 그 특징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림도 그릴 수 있고 부피가 있는 물건도 만들 수 있고 이야기도 담을 수 있고. 이거라면 하나에 집중해서 오래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요. 해보면 해볼수록 금속은 정교하고 또 수정이 가능한 것도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나무는 한 번 깎으면 돌이킬 수가 없잖아요.


또 제가 가진 장점 중에 하나가 되돌아가기를 잘하는 거예요. 무언가를 만들 때 이미 100시간을 썼다면 마음에 안들더라도 맨 처음으로 돌아가기 어렵거든요. 이 100시간이 다 없어지는 것 같잖아요. 그래도 저는 과감하게 돌아가는 걸 선택해요. 그리고 저는 한 번도 같은 걸 전시해 본 적이 없어요. 그게 제 작품을 보는 사람들과의 약속이기도 하고 나태해지지 않으려는 스스로와의 약속이기도 해요. 항상 새로운 것을 하려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아요. 늘 쓸모 있고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어요.


솜씨


제가 지금 주로 하는 작업들은 호롱 작업이에요. 불을 켜는 오일 조명이죠. 따뜻한 물건을 만들고 싶은데 금속이 차가우니까 ‘불이 있으면 따뜻하지 않나? 그러면 금속에 불이 있어야겠다.' 그렇게 시작해서 작업을 올해로 10년째 하고 있는데 호롱 작업을 메인으로 하면서 공간에 대해서 관심이 더 많이 생기게 된 것 같아요. 따뜻한 물건을 만든다고 하지만 사실은 따뜻한 공간을 디자인을 하는 거거든요. 내 물건이 그 공간이 들어갔을 때 그 공간이 어떻게 따뜻해지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을 하면서 디자인을 하죠.


그리고 호롱 작업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원초적인 느낌이 있거든요. 금속은 불이 있어야지 자르고 붙이고 할 수 있어요.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영역인 거죠. 불의 힘을 빌려서 금속을 자르고 새로 만든 기물에 다시 불을 담을 수 있는 용도가 생겨요. 공예를 하는 저는 호롱이 사람들한테 계속 따뜻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사용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불에 의해서 녹여져서 다시 태초의 금속으로 돌아갈 것까지 생각하죠. 그런 금속의 사이클이 좋아요.

지역


태어나고 자란 곳은 청주지만 대학을 부여로 오면서 여기가 더 고향 같아요. 저의 20대 전부는 부여예요. 그래서 그때에 머물고 싶어 하는 느낌도 있고, 편안함이 제일 큰 것 같아요.


부여에서 하늘을 진지하게 봤던 것 같아요. 노을 질 때 진짜 예쁘거든요. 엄청 빨개요. 그걸 보고 되게 금속 같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금속이 달궈졌을 때도 똑같거든요. 정말 고체에서 액체로 되기 직전, 그 고체의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이 정말 빨간데 그런 하늘에 매료되어서 여기에 정착하고 작업실도 마련했죠.


스튜디오 오공은 빌 공(空)자를 써서 스스로를 비워 세상을 담자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큰 사람이 되고 좋은 예술을 하려면 나를 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인사


10년째 호롱을 작업하고 있다는 그에게 작업은 생활이고, 그 자체로 영감이 되는 과정이었다. 제작보다 구상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쓰기에 그의 작업실 한쪽 면에는 온통 스케치와 메모로 빼곡하다. 


"나올 때까지 해요. 잠도 못자고 계속할 때도 있고요. 그래도 뭔가 아웃풋이 나왔을 때 그 만족감, 그리고 누군가 봐주고 사용했을 때 건네준 칭찬. 그런 것들이 정말 기분 좋죠." 

저작권자 © 프롬히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