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
아버지가 1993년도에, 제가 2010년에 전북무형유산 선자장으로 인정받았어요. 저는 단선을 만드는데요. 비유하자면 여성의 부채라고 할 수 있어요. 아기 젖먹이면서 잠도 재우고, 아궁이에 불도 때고, 모기도 쫓고 일상적으로 쓰던 부채에요. 부채를 만드는 일 자체도 즐겁지만 저를 또 기쁘게 하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제 부채를 찾을 때에요. 한국조폐공사에서 무형유산 1호로 기념 메달을 만들었던 일이나, 창덕궁에서 궁중문화축전에 초대되어 전시했던 일들이죠. 창덕궁에서 전시한 게 그때가 최초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최초의 순간들에 저와 제 부채가 함께 했다는 게 큰 보람인 거예요. 최초, 1호 이런 수식어들이 부채에 붙는데 그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하겠어요?
결국 저는 부채 만드는 도구일 뿐이에요. 그래서 저만의 기술이 있느냐 물으면 달리 해줄 말이 없어요. 누가 ‘나는 이 기술이 최고다.’ 하는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실 별것 없거든요. 기술은 습(習)이에요. 오랜 세월 계속하다 보면 손에 익는 것. 그건 특별한 게 아니라 당연히 몸에 가지고 있어야 해요. 오히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재료에요. 거기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장점들을 추가하면 되죠. 흔히들 혼을 쏟는다고 하죠? 잘 익혀둔 기술, 최고의 재료, 자신만의 감각이 더해지면 혼을 쏟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최고의 작품들이 탄생하는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