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저는 부채 만드는 도구일 뿐이에요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기린대로 88

전북무형유산 선자장 보유자 방화선


직 업   선자장

운 영   문의 후 방문

           




#부채 #온선 #워커홀릭

만남일_2025.05.16

에디터_최아현 | 사진_정한슬

저는 부채 만드는 도구일 뿐이에요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기린대로 88

전북무형유산 선자장 보유자 방화선


직 업   선자장

운 영   문의 후 방문 




#부채 #온선 #워커홀릭

만남일_2025.05.16 | 에디터_최아현 | 사진_정한슬

만남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이곳은 방화선의 공간임을 한 번에 눈치챘다.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빼곡하게 들어선 부채들에 자연스레 시선이 쏠렸기 때문이었다. 그곳을 지나는 누구든 부채를 한 번 들여다보지 않고 그 길을 지나기 어려웠다. 벽면 가득 세워둔 부채를 보고 있자니 그의 공방 자체가 전시실인 것 같았다. 인생의 온 초점이 부채에 가 닿아있는 사람, 방화선을 만났다.


사람


부채 만드는 전북무형유산 선자장 방화선입니다. 저는 일관성 있는 하루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하루 종일 부채를 만들죠. 그래서 다른 분야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아요. 취미를 가져보려고 해도 아무것도 재미가 없더라고요. 특별하게 일에 대한 욕심이 있다기보다는 일을 하고 있어야 몸과 마음이 편해요. 그냥 이걸 하는 게 행복하고 좋은 거예요. 이러니 다른 일을 보더라도 집중도 안되고, 정신도 없어요. 작업실 밖에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불안해지고요. 몸은 거기 가 있는데 머리는 계속 작업실로 돌아가는 거예요. 주변에서 조금 내려놓으라는데 아직도 잘 안되네요. 나중에 일을 못 하게 될 때를 생각하면 걱정스럽고 그래요.


솜씨


아버지가 1993년도에, 제가 2010년에 전북무형유산 선자장으로 인정받았어요. 저는 단선을 만드는데요. 비유하자면 여성의 부채라고 할 수 있어요. 아기 젖먹이면서 잠도 재우고, 아궁이에 불도 때고, 모기도 쫓고 일상적으로 쓰던 부채에요. 부채를 만드는 일 자체도 즐겁지만 저를 또 기쁘게 하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제 부채를 찾을 때에요. 한국조폐공사에서 무형유산 1호로 기념 메달을 만들었던 일이나, 창덕궁에서 궁중문화축전에 초대되어 전시했던 일들이죠. 창덕궁에서 전시한 게 그때가 최초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최초의 순간들에 저와 제 부채가 함께 했다는 게 큰 보람인 거예요. 최초, 1호 이런 수식어들이 부채에 붙는데 그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하겠어요? 


결국 저는 부채 만드는 도구일 뿐이에요. 그래서 저만의 기술이 있느냐 물으면 달리 해줄 말이 없어요. 누가 ‘나는 이 기술이 최고다.’ 하는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실 별것 없거든요. 기술은 습(習)이에요. 오랜 세월 계속하다 보면 손에 익는 것. 그건 특별한 게 아니라 당연히 몸에 가지고 있어야 해요. 오히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재료에요. 거기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장점들을 추가하면 되죠. 흔히들 혼을 쏟는다고 하죠? 잘 익혀둔 기술, 최고의 재료, 자신만의 감각이 더해지면 혼을 쏟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최고의 작품들이 탄생하는 거고요. 

지역


아버지가 선자청에서 단선 부채를 배우시다 결혼하면서 가재미골에 터를 잡고 부채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지금의 인후동이에요. 저도 거기서 태어났죠. 옛날에 가재미골1)은 완전 시골이었어요. 그러니 선풍기나 에어컨이 있겠어요? 대신 부채 만드는 집은 불이 나는 거예요. 그때는 온 동네가 부채를 만들었어요. 한때는 160명이 같이 작업을 하고 그랬으니까요. 처음에는 저희 아버지만 계시다가 다른 선생님도 우리 동네로 왔죠. 그래서 가재미골이 부채 만드는 곳으로 이름났어요. 그때 동네에 뭐가 있었더라…. 큰 건물도 없었고, 식당 같은 것도 없었어요. 가정집에서 음식 해서 내주는 주막집은 있었어요. 아버지 모시러 주막집에도 가고 그랬죠.



인사


워라밸이 중요한 시대에 굉장한 워커홀릭을 만났다. 오래도록 반복해 온 일임에도 부채를 향한 변함없는 몰입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일상의 초점이 너무 부채에 쏠려있는 듯해 걱정스러운 마음이 일기도 했지만 부채 이야기에 반짝이는 방화선의 눈빛이 내심 부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부채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선연히 살아있던 그와 같은 눈을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


1) 풍수지리상 가재미모양 또는 가재뫼, 가재산, 가장동, 가장곡이 구전되어 가재미로 불리었다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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