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
완주중학교 졸업하고, 전주 중앙가구점에 들어가서 일을 배웠어요. 열일곱, 열여덟 그 정도? 도안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사장님이 신입한테 도안 그려서 만들어보라고 한 거예요. 말도 안됐죠. 눈치 보다가 결국 도안을 그렸는데 독수리가 소나무에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힘이 넘치는 도안이었어요. 사장님이 보기에 도안이 마음에 들었는지 바로 만들어보라고 하셨죠. 그런데 막 만들기 직전에 멈췄어요. 상일꾼이 사장님을 설득했어요. 농이라는 물건하고, 시대하고, 이 독수리 도안하고 맞지 않는다고요. 보통 장에는 학, 공작, 봉황, 사슴, 원앙이나 십장생을 많이 그렸거든요. 그거 못 만들어 본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에피소드에서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저의 특기를 꼽아보자면 도안이에요. 예전에는 전주뿐만 아니라 서울 왕십리에서도 도안을 팔았어요. 좋은 도안을 그려 내려면 계속해서 떠올리고, 상상하고, 그려보고 하는 수밖에 없어요. 말하자면 창의성이 담보되어 있어야만 하는 거죠. 저는 선과 여백을 많이 강조하고 있어요. 그래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꼽자면 〈해금강도〉에요. 단원 김홍도의 그림 〈해금강도〉을 칠기로 재해석한 거죠. 욕심이 하나 있다면 단원 선생의 그림처럼 오래 남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