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중앙동

끌림 때문에 그만두질 못했어요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4길 25-16

전북무형유산 나전장 보유자 최대규


직 업   나전장

운 영   문의 후 방문

           




#도안 #독수리 #생강

만남일_2025.05.21

에디터_최아현 | 사진_정한슬

끌림 때문에 그만두질 못했어요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4길 25-16

전북무형유산 나전장 보유자 최대규


직 업   나전장

운 영   문의 후 방문 




#도안 #독수리 #생강

만남일_2025.05.21 | 에디터_최아현 | 사진_정한슬

만남


전라감영 인근 골목으로 들어서자 나란히 늘어선 화분이 방문객을 맞이했다. 막 여름을 알리는 볕이 닿는 곳 어디든 빛나지 않는 것이 없었다. 반짝이는 화분, 저만의 색을 내는 건물의 외벽, 서성거리며 손님을 기다리는 주인장까지. 건물 아래까지 한달음에 나와 반갑게 맞아주던 나전장 최대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


1951년 2월에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읍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 귀염받으며 자랐고, 좋아하는 걸 하고 지냈기 때문일까요? 저는 주장이 강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두루두루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잘 섞이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죄 안 짓고,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여유가 있으면 주변도 돕고 지내고 싶은데 아직 그런 여유까지는 없네요. 어째 말하다 보니 나이를 먹어 이런 마음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파트 문화가 들이닥치면서 나전칠기 자체의 수요도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죠. 그때 같이하던 사람들이 많이 그만뒀어요. 저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다른 일을 하기도 했지만 아예 그만두지는 않았어요. 어느 날 ‘그만둘까?’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까 전라북도에 나전칠기는 저 하나 남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제가 그만둬버리면 전라북도에서 나전칠기 명맥이 끊어지는 건 제 책임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어려움이 있고, 가정이 힘들어도 어쩐지 밀고 나가고 싶었어요. 나전이 나를 끌어당긴 것 같아요. 그 끌림 때문에 그만두질 못했어요.


솜씨


완주중학교 졸업하고, 전주 중앙가구점에 들어가서 일을 배웠어요. 열일곱, 열여덟 그 정도? 도안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사장님이 신입한테 도안 그려서 만들어보라고 한 거예요. 말도 안됐죠. 눈치 보다가 결국 도안을 그렸는데 독수리가 소나무에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힘이 넘치는 도안이었어요. 사장님이 보기에 도안이 마음에 들었는지 바로 만들어보라고 하셨죠. 그런데 막 만들기 직전에 멈췄어요. 상일꾼이 사장님을 설득했어요. 농이라는 물건하고, 시대하고, 이 독수리 도안하고 맞지 않는다고요. 보통 장에는 학, 공작, 봉황, 사슴, 원앙이나 십장생을 많이 그렸거든요. 그거 못 만들어 본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에피소드에서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저의 특기를 꼽아보자면 도안이에요. 예전에는 전주뿐만 아니라 서울 왕십리에서도 도안을 팔았어요. 좋은 도안을 그려 내려면 계속해서 떠올리고, 상상하고, 그려보고 하는 수밖에 없어요. 말하자면 창의성이 담보되어 있어야만 하는 거죠. 저는 선과 여백을 많이 강조하고 있어요. 그래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꼽자면 〈해금강도〉에요. 단원 김홍도의 그림 〈해금강도〉을 칠기로 재해석한 거죠. 욕심이 하나 있다면 단원 선생의 그림처럼 오래 남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지역


봉동이 생강으로 유명해요. 그때 봉동 생강 가치가 엿하고 바꿔 먹을 정도가 됐어요. 그래서 온 동네가 생강 농사를 지으니까, 집마다 마루 밑에 저장고가 있었어요. 5m 정도 내려가면 또 10m 정도 ㄴ자 굴이 있어요. 가을에 생강을 수확해서 그냥 두면 금방 상해요. 추우면 얼거든요. 그래서 굴에 넣어두는 거예요. 둘이 들어가서 밧줄에 매단 통으로 옮기는 거죠. 그렇게 하면 얼지도 않고, 1년 동안 저장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틈틈이 꺼내서 다시 팔고, 또 저장했다가 팔고 그랬죠. 그렇다 보니 어릴 때부터 생강을 엄청 많이 먹었어요. 특히 생강 썬 것을 꿀에 재서 먹었죠. 생강 덕인지 젊을 땐 추운 줄도 몰랐어요. 



인사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에게 느낀 감각은 고요와 부드러움이었다. 그러나 인터뷰 종료 후에 그의 작품을 연달아 보고 나자 고요와 부드러움은 조금 더 역동적으로 바뀌었다. 연한 곡선이 켜켜이 쌓여 끊임없이 부서지는 파도와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섬세하고 연하지만 멈추지 않는 사람. 개인전을 열 예정이라던 최대규의 내일을 기쁜 마음으로 응원한다.

저작권자 © 프롬히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