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제가 가지고 있는 신념은 딱 한 가지, 속이지 않는다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하가3길 14

전북무형유산 옻칠장 보유자 이의식


직 업   옻칠장

운 영   문의 후 방문

           



#옻칠  #행촌칠예공방 #신념 #기초

만남일_2025.06.26

에디터_최아현 | 사진_이정준

제가 가지고 있는 신념은 딱 한 가지, 
속이지 않는다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하가3길 14

전북무형유산 옻칠장 보유자 이의식


직 업   옻칠장

운 영   문의 후 방문 




#옻 #행촌칠예공방 #신념 #기초

만남일_2025.06.26 | 에디터_최아현 | 사진_이정준

만남


전주천을 곁에 두고 덕일초등학교 인근 골목을 찾아 들어가기를 잠시, 흰벽에 수수하게 붙은 명패를 보고 걸음을 멈춰 세웠다. 전북무형유산 옻칠장 이의식의 공간임을 알리는 명패였다. 작업실 입구에서 사교성 좋은 고양이의 환대를 잔뜩 받은 다음에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곧 이사할 예정인 탓에 분주함이 느껴지는 것도 잠시, 시간의 더께가 쌓인 공방은 묵묵하게 긴 세월을 걸어 온 이의식의 삶과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사람


전주 토박이고, 54년생 갑오생 이의식입니다. 1998년에 전북무형유산 옻칠장으로 인정되었어요. 저는 고집스러운 사람 같아요. 마음이 향하는 대로 합니다. 주위에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지만 잘 안들어요. 말 안 들어서 결과가 안 좋으면 바뀌었겠지만, 나중에 보면 제 고집대로 한 것들이 대체로 결과물이 좋아요. 감이 좋은 편이거든요. 그러니 더 고집스럽고 고지식하게 굴게 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또 추진력이 좋은 사람이기도 해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시작하거든요. 미루는 법이 없죠. 그러다 실패하면 포기도 빨라요. 싹 잊어버려요. 뒤돌아보고 후회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그 시간에 차라리 할 일을 해야지. 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옻칠 작업을 해야 하는데 주문해서 받은 백골 기물이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결국 ‘내 마음에 들게 못 만들어? 그럼 내가 공장을 차려서 만들지’하고 백골 공장을 차렸죠. 돈이 모자라면 접었다가, 또 공장 열었다가 이런 걸 네 번이나 했어요. 그런 성격이에요.


솜씨


공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기초고, 여기서 말하는 기초 작업은 원목의 표면을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이죠. 나무는 수축하거나 팽창하잖아요. 그래서 문양을 넣기 전에 표면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해주는 거예요. 먼저 나무 위에 베를 바르고 골회를 발라요. 삼베에 구멍이 송송 있으니까 메워서 평평하게 만들죠. 이 과정을 제대로 안하면 나중에 다 들고 일어날 수도 있어요. 반대로 기초만 잘해놔도 뒤의 작업은 탄탄대로에요. 그러니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아무리 잘해놔도 의미가 없는 거예요. 밑이 다 썩었는데 겉보기만 좋게 해봐야 수박 겉핥기지.


제가 가지고 있는 신념은 딱 한 가지. 속이지 않겠다. 스스로 이상하게, 어설프게 겉모양만 그럴듯한 물건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해요. 어떤 사람들은 합판을 나무처럼 속이는 경우가 있어요. 아니면 화학 칠하고 맨 위에 한두 번만 옻칠해서 전부 옻칠 작품인 척하기도 하고요. 그런 식으로 원래 써야 하는 재료, 원래 해야 하는 작업을 빼먹으면서 속이지 않겠다는 말이에요. 그렇게 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거고요. 이 기준 하나만큼은 철저하게 지킬 거예요. 당연한 거 아니에요?

지역


지금 국립전주박물관 근처에 한절리라는 곳에서 태어나 15살까지 살았어요. 고향 동네가 시골이기는 했지만 아주 작은 마을은 아니었어요. 동산도 있고, 가까운데 우전국민학교도 있었고, 방죽도 있었으니까요. 어릴 땐 그 방죽에서 물놀이하고, 뛰어놀고, 잠자리 잡고 그랬어요.


어린 시절 동네를 떠올리면 마을 어른 한 분이 생각나요. 옻칠을 배우게 된 계기가 그분 덕이거든요. 중학교 교장 선생님이셨는데 저를 불러서 하시는 말씀이 너는 손재주가 있으니,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전기도, 기계도 무서워서 못 만지겠다고 하니 옻칠을 배워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다 무서우면 이게 제일 나을 거라고. 그렇게 중앙가구 가서 배우다가 서울로 올라가 더 배우고, 지금에 이른 거죠.



인사


만나고 싶었다는 첫인사에 그는 짐짓 쑥스러움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 옻칠하는 과정을 시연하는 그의 손에서 묵직한 단단함이 느껴졌다. 겹겹이 기초를 다지는 일부터 화려한 문양을 새겨넣는 일까지. 그가 새겨온 삶의 문양이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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