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지금 국립전주박물관 근처에 한절리라는 곳에서 태어나 15살까지 살았어요. 고향 동네가 시골이기는 했지만 아주 작은 마을은 아니었어요. 동산도 있고, 가까운데 우전국민학교도 있었고, 방죽도 있었으니까요. 어릴 땐 그 방죽에서 물놀이하고, 뛰어놀고, 잠자리 잡고 그랬어요.
어린 시절 동네를 떠올리면 마을 어른 한 분이 생각나요. 옻칠을 배우게 된 계기가 그분 덕이거든요. 중학교 교장 선생님이셨는데 저를 불러서 하시는 말씀이 너는 손재주가 있으니,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전기도, 기계도 무서워서 못 만지겠다고 하니 옻칠을 배워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다 무서우면 이게 제일 나을 거라고. 그렇게 중앙가구 가서 배우다가 서울로 올라가 더 배우고, 지금에 이른 거죠.
인사
만나고 싶었다는 첫인사에 그는 짐짓 쑥스러움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 옻칠하는 과정을 시연하는 그의 손에서 묵직한 단단함이 느껴졌다. 겹겹이 기초를 다지는 일부터 화려한 문양을 새겨넣는 일까지. 그가 새겨온 삶의 문양이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해 보였다.